중소기업의 메카인 인천광역시 남동공단내 기신정기 본사 1층 생산공장.
다소 이른 오전 7시30분임에도 100여개에 달하는 ‘표준 몰드베이스’ 생산시스템은 가동 중이다. 몰드베이스는 한마디로 금형틀을 말한다. 흔히 볼 수 있는 휴대폰케이스, 자동차용 엔진, 액정표시장치(LCD) TV 부품 등을 만들 수 있는 ‘틀’을 제작하는 것이다.
2000평에 달하는 제1공장 바로 옆에는 올 4월 완공을 앞둔 제2공장(2000평)이 웅장한 뼈대를 자랑한다. 200억원대에 달하는 당기순이익이 사세 확장을 대변한다. 본관 입구 앞에 놓인 초석에 ‘1975년 창립’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33세.
가장 왕성한 활동력을 보여 줄 나이다.
3층 윤현도 대표(43·사진) 집무실 앞에 사가(社歌) 액자가 보인다. “넓은 들 남동녘에 태양이 밝았다. 보람찬 금형산업 이끌어가는…”
작사는 다름 아닌 윤현도 대표의 부친인 창업주 윤종수 회장이라고 한다.
■금형 한우물 파기
기신정기는 서울 양평동의 작은 기계제작소에서 출발했다. 10평 남짓한 공장에서 창업주인 윤회장이 30년 넘게 금속 부스러기와 싸운 결과 마산, 대구, 서울은 물론 중국, 일본, 대만 등까지 규모를 확대했다. 몰드베이스라는 단일 품목으로 국내외 시장에 우뚝 선 것이다.
창립 이후 1988년 일본 후다바전자공업과 합작 설립된 기신정기는 그동안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 금형업계에 플라스틱 사출금형용 원재료인 표준몰드베이스를 공급했다. 이후 지속적인 제품 개발을 통해 빠른 납기와 고정밀도의 몰드베이스를 제작해 금형 소재의 수입대체 효과와 수출경쟁력을 확보했다.
창업주의 경영철학인 ‘기본(베이스)에 충실하자’라는 목표대로 고객만족 경영을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윤 대표는 “상장이 되면 기본에 충실했던 결과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며 “지금까지 창사 이후 적자를 한번도 기록하지 않았다는 점은 튼튼한 기초체력 덕분”이라고 말했다.
■직원은 내 가족
기신정기는 남동공단은 물론 국내 중소기업 중에서 복리후생복지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곳이다. 윤현도 대표는 원로급 직원들이 많고 이직률이 낮다는 점을 내심 자랑스러워 했다. 벌어들인 만큼 직원들과 함께 나눈다는 게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올 9월 중순으로 예정된 기업공개(IPO) 조차 직원들과 함께 나누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IPO가 실행될 경우 우리사주를 통해 직원들과 몫을 나눌 수 있고 투자자들과도 공평하게 이익을 나눠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기신정기의 상여금은 특별하다(?). 최소 600%가 보장되고 300%의 특별상여금도 늘 직원들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해 준다.
900% 상여금은 국내 몇몇 대기업을 빼곤 드물다. 윤 대표는 이를 너무 당연하다고 말한다. “창업주 회장께서도 늘 ‘기본에 충실’, ‘직원에 충실’해야 함을 강조했기 때문”이라며 그는 자신도 경영방침을 이어간다고 설명했다. 임금협상 등을 위한 노사위원회가 분명 존재하지만 창사 이후 현재까지 ‘노사분규 제로’를 기록한 게 이상하지 않은 이유다.
■무(無)적자 경영
올 제조업 생산은 국내외 수요둔화 등의 영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보기술(IT) 경기 회복과 기계산업군의 견실한 증가, 소재산업의 회복 등에 힘입어 안정적인 증가가 예상된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내수회복과 수출 등에 따라 수익성이 결정되는 만큼 기신정기의 전망도 밝은 셈이다. 3월 결산법인인 기신정기는 지난해 177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매출액과 순이익도 각각 627억원, 143억원에 달한다.
30년 가까이 적자를 기록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상승폭이 꾸준히 오른다는 점은 더욱 긍정적이다.
지난 2004년 이후 3년동안 두자릿수대 성장률을 기록한 것이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경상이익, 순이익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문에서 11.4∼18%대로 꾸준히 수익성이 향상됐다.
박승룡 경영지원실장은 “적자를 기록한 점이 없을 뿐 아니라 꾸준히 이익규모가 늘고 있는 점을 동종업계에서도 부러워한다”며 “금형이 예전과 달리 다품종 소량화로 바뀌고 있는 추세에 미리미리 대비했던 점이 수익성을 향상시켰다”고 평가했다. 윤대표는 “이제 시작에 불과할 뿐”이라며 “무적자 행진에 만족하기보다 수익성 향상에 더욱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godnsory@fnnews.com 김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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