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지나면서 전국경제인연합회 차기 회장 인선작업이 급류를 타고있다.
조건호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19일 “오는 21일이나 22일 회장단 회의를 개최해 차기회장 선출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면서 “이 자리에서 대체적인 합의가 이뤄지면 후보 추대위 구성 등 별도의 절차 없이 바로 총회에 안건으로 올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 부회장은 “그동안 개별적인 여론 수렴 결과 아직 특정인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누가 됐든 오는 27일 총회 때까지는 차기 회장 인선이 원만히 마무리돼야 한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회장단 회의에서 회장단중 2∼3명 이상으로부터 추천을 받는 후보가 있을 경우 이날 회의에서 공식 추대를 받게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관계자는 “재계내부에서는 차기 전경련 회장은 회장단 내의 미묘한 역학관계와 학맥, 이건희 삼성회장의 입장표명, 대선 등의 정치적 변수에 따라 차기 회장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지적했다.
■ 경기고 인맥 뭉치나.
전경련 회장단에서 경기고 인맥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어 차기 회장인선 과정에서 경기고 출신들의 움직임에 상당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회장단 21명중 경기고 출신은 후보군에 올라있는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을 비롯해 회장단에 새로 내정된 박용현 두산산업개발 회장을 포함, 9명에 달한다.
조석래 효성 회장이 50회로 가장 선배이고, 이준용 대림 회장(52회),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55회), 허영섭 녹십자 회장(56회), 박용현 회장(57회),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60회), 이구택 포스코 회장(60회), 현재현 동양 회장(63회), 최용권 삼환기업 회장(65회), 김승연 한화 회장(66회) 등이다.
특히 강신호 회장 ‘낙마’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난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전경련 부회장직 사퇴와 중견그룹들의 회동에도 일부 경기고 인맥의 입김이 상당폭 작용한 것으로 분석돼 이번 회장 인선에서도 경기고 인맥의 행보가 주목된다.
이 경우 조석래 효성회장의 입지가 상당히 넓어 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재계 관행상 학맥이 별 영향을 미칠 수 없는 구조로 해석도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광주일고 출신이며, 조양호 한진회장은 경복고 출신이다.
■ 삼성 이건희 회장 입장표명하나.
사실상 재계의 수장인 이건희 삼성회장이 이번에도 특정인에 대한 입장 표명을 하느냐 하는 것도 변수다.
이회장은 지난달 25일 열린 전경련회장단 회의에서도 강신호 회장의 3연임을 위해 “강회장이 건강이 허락하신다면 이번에 한번 더 하시죠”라며 분명한 입장을 표명했다. 특히 이번 총회에서도 전경련은 ‘이회장이 한 번 맡아달라’는 간청을 할 것으로 알려져, 이 회장이 어떤식으로든 입장을 표명할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삼성그룹과 친소관계가 차기 회장 인선의 직접적인 변수가 될 수 있다. 이회장은 재계내부에 ‘비토세력’이 있는 인사에 대해서는 추천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내부에서는 주요그룹 회장들이 차기 전경련 회장 인선에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는 상황에서 이회장의 ‘복심’이 회장인선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자산규모가 큰 그룹 회장들이 분위기를 잡는다면 중하위 그룹 회장들은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중하위 그룹 회장 중 한 명을 추대하는 것은 견제심리 있는 한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 대선, 변수되나
현재 전경련 차기 회장 후보로는 조석래 효성,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조양호 한진회장 등등 4∼5명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중 상당수는 올 연말에 치뤄지는 대선때문에 선뜻 회장직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굳이 전경련회장을 맡아 곤혹을 치를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후보들이 “민감한 대선을 앞두고 괜히...”라며 뜻이 없음을 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에 뽑히는 전경련 회장은 각 당의 대선후보들의 경제공약을 점검해야 하고 ‘뜨거운 감자’인 정치자금 문제도 연착륙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또 차기 정권과 재계의 ‘코드’도 맞추어야 한다.
실제 이런 문제때문에 본인의사 있음에도 측근들의 반대로 뜻을 접은 그룹회장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거론되고 있는 후보들도 뜻을 굽힐 가능성이 높다.
전경련 관계자는 “역대 전경련 회장 인선과정을 보면 전경련 회장은 누가 하고 싶어서 되는 자리도 아니고, 또 하고 싶지 않다고 해서 안되는 자리도 아니다”면서 “본인 스스로 나서기보다는 재계에서 자연스럽게 추대되는 형식을 취해왔다”고 지적했다.
/seokjang@fnnews.com 조석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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