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다리에 파란 혈관이 조금씩 튀어 나오기 시작해 흉하게 되면 여자들은 봄이 와도 치마 입기를 꺼리게 된다. 의학적 병명은 ‘하지 정맥류’라고 한다.
혈관 중 동맥은 깊은 곳에 있어 보이지 않는다. 밖에서 보이는 것은 정맥이다. 이렇게 정맥이 커져 불거진 것을 정맥류라고 하고 다리(하지)에 생긴 것을 하지 정맥류라고 부른다. 팔에는 생기지 않는 데 오래 서서 일하는 직업에 해당하는 교사, 백화점 근무자, 식당 요리사, 수술실 간호사, 미용사 등에 잘 생기고 여성이 남성보다 2∼3배 더 많으며 가정주부에게도 흔하다.
증상은 오랜 시간에 걸쳐 조금씩 심해지므로 대개 적응이 돼 있기도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통증이 빈번하고 오래 서 있은 후 여러 가지 불쾌감이 생기며 저녁에 쥐가 잘 나기도 한다. 때로는 붓거나 피부 색깔이 변하기도 하고 피가 혈관 안에서 엉겨 붙기도 한다. 이때는 심한 통증을 호소한다. 또 정맥 안의 압력이 높아져 있으므로 다치면 출혈이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 정맥류는 여러 가지 이유로 정맥 벽이 약해져 늘어나면서 정맥 안의 판막(Valve)이 기능을 못해서 생긴다. 판막은 정맥 안에서 혈액 흐름을 심장쪽으로 일방통행하도록 하는 역할을 하는 데 판막들이 고장나면 심장을 향해 가던 피가 역류돼 다리쪽으로 내려온다. 이 때문에 다리 아래 장딴지 쪽 핏줄부터 더 많이 튀어 나온다. 정맥 벽을 이루는 근육이 여성 호르몬(프로제스테론)의 영향을 받으므로 여성에게 더 많이 생기고 특히 임신 중에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유전은 아니지만 가족력이 있는 사람이 많다.
치료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압박스타킹 착용, 약물경화 요법, 간이 레이저 요법, 근치수술 요법 등이 있다. 보존 요법으로 의료용 압박스타킹을 착용하면 튀어나온 혈관을 밖에서 압력으로 눌러주므로 통증 등 증상을 완화시키고 정맥류가 더 커지는 것을 방지한다. 하지만 더운 여름에는 착용이 불편한 점이 있다. 약물경화 요법이란 정맥 내로 경화제를 주사해 정맥 내벽에 손상을 주어 정맥을 말라 붙게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결국 재발하므로 일시적 또는 보조 요법으로 사용된다. 레이저는 간편한 장점이 있으나 근치 방법은 아니며 수술은 전신마취 또는 척추마취를 요한다. 수술 요법은 역류가 시작된 곳을 찾아 결찰한 후 고장난 정맥을 제거하는 요법이다. 수술 후 당일에 걸을 수 있으며 수술한 다음날 아침 퇴원한다. 요즈음은 수술 상처도 매우 작아 미관상 만족도가 높다. 진찰한 후 치료 방법을 선택한다.
예방은 우선 오래 서 있거나 오래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을 피하고 움직이는 것이 좋다. 장딴지 근육을 움직일 때 심부정맥의 펌프 작용이 작동해 혈액 순환을 도운다. 그리고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오래 서 있어야 할 경우에 압력스타킹을 신는 것이 좋다.
그렇게 춥지 않은 겨울이 끝나기 전에 하지 정맥류로 고민하지 말고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짧은 치마를 입고 한껏 멋을 부리고 봄 나들이를 가는 건 어떨까.
/이대동대문병원 흉부외과 최수승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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