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다시 한국증시 주인 되나.’
올 들어 외국인이 주식을 사면 지수가 오르고 팔면 내리는 모습이 역력하다.
적립식펀드 열풍 이후 빼앗겼던 시장 주도권을 수급 공백으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기관으로부터 다시 찾아가고 있다.
19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 연속 매수 우위를 보이면서 1조7000억원을 순매수했다. 지난 2004년부터 시작된 순매도 공세를 끝내고 순매수세로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달에만 610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면서 지수를 견인, 사실상 시장을 이끌고 있다.
반면, 국내 기관들은 펀드 환매 등으로 인해 지난해 12월부터 2조4000억원을 순매도, 시장의 주도권을 외국인에게 넘겨주는 것이 아니냐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외국인 국내 증시 주도권
올 초부터 국내 증시는 외국인들에 의해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국내 증시 수급을 떠받쳐 줄 뚜렷한 매수 주체가 없는 상황 속에서 외국인이 국내 증시의 주도권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금융 업종과 운수장비(조선·자동차) 업종에 대한 외국인들의 매수세를 들어 당분간 이같은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현대증권 박문광 투자전략 팀장은 “외국인들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더 이상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 같다”며 “글로벌이나 이머징 마켓과 비교해 저평가된 업종을 중심으로 사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박 팀장은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 전반에 걸쳐 폭넓게 사고 있는 것이 아니라 금융 등 특정 산업에 국한돼 있는 점은 좀 더 지켜볼 일”이라면서도 “외국인들의 매수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여 영향력은 지난해와는 다른 모습을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관투자가, 무기력해져
기관은 올 들어 국내 증시에서 1조8400억원 이상을 팔아치웠다. 지난해 10조5419억원을 순매수했던 것과 비교하면 최근 기관의 매도세는 심상치 않은 것이다.
이같은 기관 매도세 중심에는 투신권이 자리잡고 있다. 투신권은 올 들어 1조8000억원 이상을 매도했다.
투신권의 순매도 규모가 큰 것은 올 들어 주식형 펀드 환매 기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기관들은 국내 증시의 수급 주체가 되고 싶어도 ‘실탄’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또 해외펀드 인기에 밀려 국내 주식형 펀드로 자금 유입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도 기관투자가의 매수세를 줄이고 있는 요인이다.
여기에 지난해 좋지 못했던 펀드 수익률을 만회하기 위해 투신권이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면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전고점 돌파에 실패하고 다시 미끄러진다면 환매 압박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며 “당분간 기관 매도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여 시장의 주도권을 유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grammi@fnnews.com 안만호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