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공모형 PF(프로젝트 파이낸싱)사업 중 최대인 10조원 규모의 서울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의 윤곽이 드러났다. 한국철도공사는 지난 16일, 서울 용산 역세권 개발 사업 대상지에 최고 600m 높이의 랜드마크 건물을 짓고, 용적률 평균을 610%로 하는 등의 청사진을 담은 개발 계획안을 서울시에 제출했다. 이번 안은 철도공사가 기존에 추진하던 계획을 상당부분 서울시 지침에 맞도록 수정한 것이어서 성사 가능성이 한결 높아졌다는 평가다.
■용적률 대폭 축소…준비하던 업체들, 당황
철도공사는 이번에 당초 계획했던 용적률 1000% 계획을 250∼750%, 평균 610%로 낮췄다. 시가 지침으로 삼고 있는 250∼800%, 평균 580%에 상당히 접근한 것.
철도공사 심병준 차장은 “사업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요건을 정해 서울시 지침에 최대한 맞췄다”면서 “용산구와도 의견을 조율한 내용이므로 여기서 더 큰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시 윤혁경 도시관리과장은 “철도공사가 처음에 시와 부딪혔던 용적률 기준 등 여러 사안들을 상당히 조정해서 제출했다”면서 “랜드마크 빌딩 높이 600m 건립, 일반상업지역 주거비율 조정 등이 몇몇 사안으로 논점이 상당히 압축됐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수정안의 성사 가능성은 커졌지만 삼성건설, 현대건설 등 사업 참여를 준비하던 업체들은 다소 당황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철도공사의 기존 공고안을 기준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설계 작업 등 준비를 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용적률이 1000%대에서 600%대로 400%나 낮아진 데 대해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삼성건설 관계자는 “기존에 용적률 1000%를 기준으로 설계해 놓은 것을 모두 새로 해야할 판”이라면서 “외국계 등과 컨소시엄을 추진하면서 논의했던 부분들과도 많이 달라져 다소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랜드마크 600m 건물 성사 전망,주거비율 조정은 논란 예고
용산역사 인근 랜드마크 건물을 최고 600m로 짓고, 나머지 구역은 100∼150m로 하겠다는 계획에 대해 서울시는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현행 서울시의 용산 역세권 지구단위계획 지침에는 건물의 최고 높이를 350m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향후 도시 경쟁력과 관광객 유치, 도심 활성화를 위해서는 고층 건물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시 내부에 형성돼 있기 때문에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
박상돈 지구단위계획1팀장은 “랜드마크 빌딩을 짓는데 대해 오세훈 시장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면서 “600m건물을 짓는 데 대해서는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미 랜드마크 빌딩으로 600m에 근접한 건물을 추진하는 곳은 꽤 된다.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555m, 112층)나 상암동 국제비즈니스센터(580m, 130층), 부산 롯데월드(510m, 107층), 인천 송도 인천타워(610m, 151층) 등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 현재까지 가장 높은 빌딩은 강남 도곡동 타워팰리스로 261m, 69층이다.
반면, 일반상업지역 주거비율 조정은 논란이 될 전망이다. 용산구나 철도공사는 주거비율을 높여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시 지침은 일반상업지역에서는 주거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철도공사 심병준 차장은 “직주인접이라는 새로운 차원으로 도심을 개발하면 교통문제를 해결하는 등 도움이 많이 된다”면서 “주거비율 문제는 사업성과도 연결되기 때문에 반드시 허용해 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4∼5월,사업자 모집 접수할듯
철도공사 계획안에 대한 검토 결과는 빠르면 오는 28일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발표된다. 단 한번에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늦어도 3월안에 자문 결과가 공표될 것으로 보인다. 자문 결과는 사실상 서울시의 입장이므로 철도공사는 이 기본안을 토대로 다시 한 두 달 사이에 사업자 공고를 낸다.철도공사는 4월21일 전후로 사업자 접수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업에 참여하고자 하는 건설사들은 이때까지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 된다. 사업자로 선정되면 철도공사와 세부 계획을 세워 서울시에 최종 사업 승인 과정을 밟는다. 시는 별다른 변수가 없으면 올해 하반기까지 사업 승인 절차를 모두 마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업 참여를 준비중인 한 기업체 관계자는 “용적률, 주거비율 등 개발 계획이 바뀌면 땅값 등도 기존과 다르게 책정하는 등 후속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면서 “기존에 준비하는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하므로 늦추는 일 없이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jumpcut@fnnews.com 박일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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