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용은(35·테일러메이드)은 뚝심이 좋다. 본인 표현에 의하면 “거칠게 자라서”다. 애칭도 ‘야생마’다. 일대일 승부에서는 이런 배짱 두둑하고 투지가 강한 선수가 유리하다.
양용은이 드디어 미국 PGA 투어에 데뷔한다. 일대일 승부를 펼치는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악센추어 매치플레이챔피언십이다. 22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의 갤러리 골프장 남코스(파72·7351야드)에서 열리는 이 대회는 세계 랭킹 순으로 상위 64명만 출전하는 ‘별들의 전쟁’이다. 총상금 800만달러에 우승 상금만도 140만달러에 달한다.
양용은은 세계 랭킹 30위 자격으로 초청장을 받았다. 1월 태국 로열트로피 대회 이후 미국에 머물며 샷을 다듬은 그는 최근 테일러메이드를 새로운 후원자로 맞아들이면서 마음도 편안해졌다.
배짱, 현지 적응, 든든한 후원자 등 실력을 발휘할 여건이 충분히 조성됐다.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건 있다. 대진 운이 좋지 않다.
1회전 상대 로드 팸플링(호주·세계 랭킹 35위)은 그리 걱정할 상대는 아니다. 그러나 1회전을 통과하면 세계 랭킹 3위 애덤 스콧(호주)과 맞붙을 가능성이 크다. 스콧을 넘더라도 그 다음에는 지난해 유럽투어 MVP 폴 케이시(잉글랜드·14위)나 마스터스를 제패한 적이 있는 마이크 위어(캐나다·51위) 둘 중 한 명과 격돌해야 한다. 첩첩산중이다.
그러나 리스크가 크면 보상도 큰 법이다. 이변이 많은 매치플레이 방식의 이 대회에서 ‘야생마’ 양용은이 투지를 앞세워 돌풍을 일으킨다면 지난해 HSBC챔피언스 이후 다시 한 번 자신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다.
이 대회에는 ‘탱크’ 최경주(37·나이키골프)도 출전한다. 5년 연속이다.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03년 단 한 차례 2회전에 진출했을 뿐이다. 올해 1회전 상대는 세계 랭킹 41위 카를 페테르손(스웨덴)에 이어서 32강 진출이 희망적이다. 이후에는 헨릭 스텐손(스웨덴·8위), 루크 도널드(미국·9위)와 차례로 붙을 가능성이 크다. 8강에 오르면 상대는 타이거 우즈(미국)가 될 전망이다.
이 대회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는 역시 우즈다. 상대를 주눅들게 하는 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우즈는 2003년과 2004년 2연패를 달성했고 통산 23승5패의 승률을 자랑하고 있다.
그렇다고 우즈가 마음 놓을 수 있는 건 아니다. 특히 이 대회는 하위 랭커들의 반란이 유독 많았다. 지금까지 8차례의 대회 동안 세계 랭킹 10위 이내 선수가 우승을 차지한 것은 세번 뿐이다. 우즈 역시 2002년에는 최하위 시드를 받은 피터 오말리(호주)에게 1회전에서 져 망신을 당한 적이 있다.
보비 존스, 벤 호건, 게리 플레이어, 샘 스니드 4개 조로 나뉘어 치러지는 이 대회는 22일에는 1회전 32경기, 23일 2회전 16경기, 24일 16강전 8경기가 열린다. 25일에는 8강전과 준결승전 2경기가 잇따라 열리고 26일에는 36홀 결승전 등 숨막히는 일정에서 살아남은 최후의 1인이 140만달러의 주인공이 된다.
/freegolf@fnnews.com 김세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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