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수장(首長)과 감사에 대한 인사가 줄줄이 예고된 가운데 이들 자리에 대한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고위관료, 정치인, 교수, 민간기업 최고경영자(CEO) 등 한정된 자리에 노리는 사람은 부지기수다. 이들은 자신의 화려한 경력과 현 정권과의 인맥 등을 과시하며 서로 ‘적임자’를 자처하고 있다.
■공기업은 신이 내린 직장
공기업 기관장과 감사의 인기가 높은 것은 우선 ‘물’이 좋은 곳이기 때문이다. 수십억원을 받는 대기업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연봉이 7억원을 웃도는 공기업 사장도 있고 5억원에 육박하는 감사도 있다.
21일 기획예산처의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에 따르면 26개 주요 공기업 기관장의 연봉(2005년 결산 기준)은 8070만∼7억1120만원, 감사의 연봉은 7899만∼4억8540만원이다. 산업은행이 기관장과 감사 연봉 모두 최고를 기록한 반면 대한광업진흥공사는 둘 다 최하였다.
한 경제관료는 “공기업 기관장이나 감사는 공식적인 연봉 이외에도 활동비 등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각종 유·무형의 보상이 많아 정치권 인사들이나 관료들이 탐을 낸다”고 말했다.
문제는 공기업 기관장과 감사의 경우 ‘낙하산’ 인사가 많다는 점이다. 전문성이나 경력 등은 무시한 채 특정 인맥이나 학연·지연 등에 의해 인사가 좌지우지되기 일쑤다.
특히 참여정부 들어 공기업 사장 ‘공모제’가 도입됐는 데도 공무원과 정치인 출신이 공기업 사장 자리를 독식하는 현상은 여전하다. 이 때문에 “낙하산 인사의 폐해를 뿌리뽑기 위해 도입한 공모제가 오히려 은밀하고 교묘한 정실인사의 통로가 됐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은 “공기업 사장 선임의 모양은 그럴듯해졌는데 내용은 과거의 임명 방식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면서 “최근의 공기업 사장 인사를 보면 자리 나눠주기처럼 보이기 십상”이라고 꼬집었다.
■민영화로 낙하산 방지
전문가들은 공기업 사장의 선임 절차는 투명하고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좌승희 경기개발연구원장은 “정부가 공기업을 계속 갖고 있어야 하는지 판단해야 한다”면서 “공공서비스와 직결된 것이라면 정부가 적극 개입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빨리 민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선웅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장도 “공기업 사장은 가장 능력 있는 사람이 돼야 하는데 행정부나 정치권력을 위한 것으로 이용되기 때문에 문제”라면서 “이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독점을 깨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광두 서강대 경제학교수는 “금융기관은 빨리 민영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민영화가 안 되는 것은 금산분리의 상황에서 (인수를 위해) 내국인은 컨소시엄을 만들어야 하는데 쉽지 않고 외국 자본은 곤란하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무원 출신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매도하면 훌륭한 인재를 놓칠 수 있는 만큼 관련 경력과 자질을 따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견해도 나왔다.
정덕구 전 열린우리당 의원은 “공무원 출신이라고 해서 공기업사장 대상에서 무조건 배제해서는 안 된다”면서 “그렇다고 정부가 절차의 합리성 없이 인사에 개입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며 (공무원은) 정정당당히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금융공기업은 일반 공기업들과 달리 공공성이 강하다”면서 “금융공기업 최고경영자를 시장(민간)에서만 구하려 한다면 어려울 때 흔들리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만수 전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은 “정부에서 민간으로 나간다고 해서 무조건 낙하산으로 매도해서는 안 되며 당사자의 경력과 역량을 봐야 한다”면서 “미국, 일본 등에서는 민간과 정부의 인사들이 서로 (인사상의) 교류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장승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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