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유통가 X세대] 8. 농심 건면세대 개발 최영갑 대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2.21 17:04

수정 2014.11.13 16:11



“나를 키운 건 8할이 라면이다.”

㈜농심의 면마케팅팀에서 상품개발과 브랜드매니저 일을 맡고 있는 최영갑 대리(34)는 자신을 이렇게 익살스럽게 표현했다. 어려서부터 유달리 라면을 좋아했다는 그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새로운 라면이 출시되면 그것을 먹어보고 싶은 마음에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었다. ‘라면을 먹는 즐거움’을 국민에게 널리 알리고 싶어서 농심에 입사했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지금도 그는 매일같이 하루에 4∼5개 정도의 라면을 먹는다.
신제품 라면을 개발하는 그의 직무상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겠지만 보통사람이라면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다. 하지만 그는 “라면은 먹을 때마다 맛있는 식품입니다. 라면을 마음껏 먹을 수 있고 라면에 대한 상상을 구체화시키는 ‘라면제품개발’이야말로 나의 천직”이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최 대리가 농심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출시된 ‘녹두국수 봄비’가 히트를 하면서부터다. 그가 주도적으로 개발해낸 이 제품은 한컵에 95㎉에 불과한 획기적인 다이어트식 라면이다. 녹두분말 면에 튀기지 않고 급속건조시켜서 칼로리를 낮췄다. 또한 깔끔하고 가벼운 맛 때문에 철저히 타깃을 여성층에 고정시켰다. 현재 이 제품은 업계에서 ‘라면의 미래를 제시했다’는 평을 얻고 있다.

■X세대 특유의 자신감과 도전정신

제품개발초기에 성인남성의 입맛에는 밋밋하고 배가 부르지도 않은 이 제품이 시장에서 성공할 것을 예상한 사람은 몇 없었다. 하지만 최 대리는 “철저히 여성층이라는 타깃을 겨냥해 좋은 제품을 만들었기 때문에 성공을 확신했습니다. 또한 ‘제가 만든 라면제품은 반드시 성공한다’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의 이런 자신감에는 라면에 대한 강한 열정이 자리잡고 있다.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고 있는 소비자만 눈에 띄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반드시 소비자반응과 라면맛을 체크한다. 최 대리는 “처음에는 아가씨들로부터 ‘라면을 이용한 작업남’으로 오해까지 받기 일쑤였다. 하지만 지금은 제 신원을 확실히 밝히는 등 요령이 생겨서 현장소비자들로부터 많은 정보를 얻는다”고 설명했다.

그가 이제껏 먹어본 라면의 종류는 어림잡아 500여가지. 그는 국내에 출시되는 라면은 물론, 해외여행을 가서도 그 지역의 라면을 꼭 먹어본다. 그는 “일본의 라면은 간장과 된장을 이용한 담백한 맛이 일품이고 중국의 라면은 향신료와 기름을 내세운 강한 맛이 독특하다. 라면의 맛을 음미하고 있으면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느낄 수 있다”며 자신의 ‘라면철학’의 일면을 소개했다.

‘라면마니아’인 그는 젊은 세대답게 라면에 국한하지 않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 제품을 잇달아 내놨다. 라면처럼 물만 부어서 먹는 파스타인 ‘파스타스프’, 감자를 이용한 ‘감자면 짜장’ ‘감자면 카레’, 항공사 기내식으로 적합한 ‘에어라인컵’ 등 이 역발상의 산물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가 애착을 갖는 제품은 최근 출시한 ‘건면세대’다.

■“신라면 같은 히트제품 5개는 만들것”

‘건면세대’는 기름에 튀기지 않은 라면시대를 개막한 제품. 최 대리는 기름기가 많다는 이유로 인해 소비자들이 라면을 기피한다는 사실에 착안, ‘건면’을 사용한 라면을 개발하기로 마음먹고 지난 2004년 본격적인 개발작업에 착수했다.

건면은 유탕면에 비해 쫄깃쫄깃한 식감이 떨어진다는 약점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최 대리는 지난 3년 동안 수많은 라면시제품을 먹었으며 스스로 맛을 평가하는 작업을 수행했다. 결국 단순한 열풍건조가 아닌 면 사이로 빠른 열풍을 통과시켜 면의 내부까지도 잘 건조시킬 수 있는 건조방법을 이용해 쫄깃한 식감을 살렸다. 또한 고온고풍속의 건조와 저온저풍속의 건조방법을 적절히 혼합해 뜨거운 물에 잘 익도록 만들었다.

최 대리는 “라면을 기피하는 국민이 많아지고 있다는 게 안타까웠다”며 건면세대 개발배경을 설명하며 “건면을 이용한 라면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부산에 건면전용 공장이 설립된 상태고 여러 가지 제품 아이디어들이 많이 있다. 앞으로 건면을 이용한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최 대리가 구상 중인 ‘미래형 라면’으로는 건강식품의 기능이 혼합된 ‘비타민라면’ ‘아미노산라면’ ‘셀레늄라면’ 등의 건강식품라면이 있다. 또한 따로 물을 부을 필요 없는 컵면이나 휴대가 편한 초소형 컵면도 그가 꼭 실현해 내고싶은 인생목표라고 한다.


그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춰 다양하고 특색있는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라면제품개발자의 의무이자 숙명”이라며 “내 손으로 신라면 같은 히트브랜드를 5개는 만들어 보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yscho@fnnews.com 조용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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