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무서워해본 적이 있으세요? 알다시피 정신과 질병 중에서 가장 흔한 것이 공포증입니다. 무서움이란 것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병이 되려면 이성적인 판단보다 더 심각한 경우죠. 벌레, 폐쇄된 장소, 피 등과 같이 특정 대상이나 상황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스스로 통제하기 힘든 공포로 일상생활이 이루어지지 않는 병을 ‘공포증’이라 합니다. 어떤 사람에게 바퀴벌레는 소름 끼치고 징그러운 것으로 끝이지만, 또 어떤 사람에게는 삶을 괴롭히는 무서운 존재일 수 있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요즘 이야기로 비호감(非好感) 정도지만 공포증 환자는 숨이 넘어갈 지경이니까요.
“일단 피할 생각만 나요. 아, 이 사람도 나를 우습게 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 차라리 안 보는 것이 편안하지요. 그런데 제가 하는 일이 영업이잖아요. 어떻게 새로운 사람을 안 만날 수 있어요. 죽고 싶을 지경입니다.”
사실 벌레는 운만 좋으면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만약 사람을 무서워하면 어떨까요.
막 대리로 승진한 A씨는 낯선 사람을 무서워합니다. 친한 사람과는 정말 아무 거리낌없이 지내는데 낯선 사람 앞에서는 한없이 긴장이 되고 불안해져서 목소리도 떨리고 얼굴이 굳어서 사회생활이 힘들다는 것입니다. 사실 작년에도 대리를 달 기회가 있었지만 낯선 사람을 만난다는 두려움으로 포기를 하고는 몇 날 며칠을 술로 지새운 적도 있었습니다. 영업하는 사람에게 사람을 대하는 것이 스트레스라니, 말이나 됩니까. 당연히 소화도 안 되고, 잠도 못 자고, 심하면 우울증에 시달리겠지요.
A대리가 앓고 있는 병은 예전에는 대인기피증 또는 대인공포증이라 불렸고 정신의학적으로는 ‘사회공포증’이라고 하는 병입니다. 낯선 사람과 이야기하거나 다른 사람들 앞에서 연설을 하는 등의 사회적 상황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이 있어서 그런 상황이 되면 자율신경계의 교감신경이 흥분을 합니다. 호랑이를 만났을 때 나타날 몸의 변화가 낯선 사람 때문에 생기지요. 당연히 그런 상황을 가능한 피하려 하겠지요. 대인관계에 어려움이 있으니 사회생활에서 불이익을 받기가 쉽습니다. A대리 같이 승진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데도 승진을 하게 되면 더 많이 발표를 해야 하기 때문에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직장을 바꾸거나 아예 사람을 만나지 않는 직종을 택하기도 하지요.
물론 지나친 사회공포증은 병원에서 약물치료나 인지행동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치료는 비교적 잘 되는 편이고 이 병이 좋아지면 삶이 바뀌니 웰빙을 위해서는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겠지요. 하지만 아직 심각한 상태가 아니거나 치료 중이라도 더 빨리 호전되려면 몇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우선 낯선 사람을 두려워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나 긴장은 똑같이 나타납니다. 공포가 되는 것은 그런 자신의 모습을 지나치게 의식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그래! 불안한 것이 당연한 거야’하고 받아들이면 스스로를 의식하는 것이 줄어듭니다. 둘째는 자랑하라는 것입니다. ‘낯선 사람 만나면 불안하답니다’ 라고 고백을 하는 것이지요. 한번 해보세요. 이야기를 하는 순간 불안이 쑥 내려갑니다. 셋째는 일부러 그런 상황을 만드는 것입니다. 의도적이라면 상황을 손쉽게 통제할 수 있습니다. 내가 제일 두려워하지 않는 만남부터 제일 두려워하는 만남까지 이것저것 생각하고 다짐하고 계획해서 계단을 오르듯 차례대로 극복하는 것입니다. 넋 놓고 있다가 당하는 것보다는 ‘맞짱 뜰’ 각오로 덤비는 것, 사람공포에서 벗어나는 자가치료법입니다.
낯선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 받으신다고요. 용기를 내서 받아들이고, 보여주고, 연습하세요. 용기 있는 자만이 공포의 구덩이에서 빠져나올 수 있답니다.
/고려제일신경정신과 원장 drmes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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