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들의 천국’이 봄날의 외침을 시작했다.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랩 뮤지컬 ‘래퍼스 파라다이스’가 지난 21일 오후 서울 신수동 서강대 메리홀에서 시범공연을 갖고 팬들의 조심스런 평가를 받았다. 훈훈한 날씨 속에 시작된 이날 공개 시범공연은 ‘랩의 파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다소 차분하게 진행됐다.
‘래퍼스 파라다이스’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뮤지컬 마니아들에겐 다소 생소하다. 일단 주연배우들이 10대들에게 익숙한 래퍼다. 가수 비, 은지원 등의 앨범 작업에 참여한 ‘주비트레인’과 함께 ‘MC메타’ ‘나찰’ ‘대팔’ 등 다수 래퍼들이 참여했다. 뮤지컬 배우 출신들도 간혹 있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 참여했던 디바 김은영과 채현원이 이번 랩 뮤지컬에 도전했다.
‘래퍼스 파라다이스’는 넘어야 할 산이 적잖아 보인다. 조명 없이 공연 몇 장면만 보긴 했지만 뮤지컬이라는 말이 다소 무색하다는 느낌을 감출 수 없었다.
일단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랩 뮤지컬이라서 그런지 우선 생소하다. 로맨틱·코믹뮤지컬에만 입맛이 맞춰져서 그런 것일까. ‘래퍼스 파라다이스’는 왠지 스토리가 거칠다.
‘래퍼스 파라다이스’는 미국의 실존 래퍼 2명이 한 여자를 두고 다툼을 벌이다가 서로의 우정에 금이 간 뒤 서로 다툰다는 이야기. 미국 동부와 서부를 대표하는 래퍼가 된 2명의 주인공들은 결국 미국 동·서부 대표 래퍼의 자존심을 건 다툼을 벌인다.
극중에 나오는 미국인 래퍼 ‘투팍’ ‘비기’ ‘퍼프대디’ 등은 실존인물이기도 하다. 랩마니아들에게 이들은 비틀스, 비지스 보다도 유명한 스타다. 마니아들은 이들의 일대기를 외우고 다닐 정도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뮤지컬 관객들은 스토리를 모른 채 공연장을 찾는다. 그래서 ‘래퍼스 파라다이스’ 배우들은 노래와 춤 이외에 스토리 전달이라는 3개의 산을 넘어야 한다.
하지만 랩은 다른 음악 장르와 달리 쉽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오히려 스토리 전달이 쉬울 수도 있다. 반면 래퍼들은 스토리 전달을 위해서 자신의 강렬한 음악을 죽여야 할지도 모른다.
또 외줄타기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작품을 보러온 관객을 위한 작품이냐, 래퍼의 음악을 들으러 온 관객을 위한 작품이냐를 선택해야 한다는 의미다. 연습실에서 본 ‘래퍼스 파라다이스’는 아직까지 후자에 더 가깝다는 느낌이다.
랩 뮤지컬은 아직 한국에선 대중화가 어려울 듯하다. 그렇지만 뮤지컬의 다양성을 추구한다는 점에선 큰 점수를 줄만 하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기자
■사진설명=랩 뮤지컬 '래퍼스 파라다이스'가 지난 21일 배우들의 연습장을 공개하는 행사를 가졌다. 이날 배우들이 서울 신수동 서강대 메리홀에서 리허설을 하고 있다./사진=김경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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