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부동산발(發) 금융위기 가능성을 우려하는 보고서를 각 금융사에 보냈다. 한마디로 집값이 급락하면 빌려준 돈을 떼이는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는 경고다. 범정부 차원의 저돌적인 부동산 정책에 대해 금융감독당국이 뒤늦게나마 냉철한 분석을 통해 브레이크를 건 것으로 평가한다.
부동산 거품이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는 오래 전부터 나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집값은 꾸준히 올랐고 위기 시나리오는 집값을 잡아야 한다는 대의명분에 묻혀버리기 일쑤였다. 올 들어서도 정부는 하루가 멀다하고 대책을 쏟아냈다.
급기야 이용섭 건교부 장관은 22일 상의 간담회에서 “부동산 대책이 10개다 12개다 하며 비판적 시각이 많지만 속도의 시대에는 시시각각 유연하게 바뀌어야 한다”고 해명해야 했다. 대책이 많다는 건 인정한 셈이다.
올해부터는 1가구 2주택에 대한 양도세가 중과되고 종부세 과표가 또 오른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은행 지급준비율을 높여 시중 유동성을 죄기 시작했고 금감원은 주택담보대출 억제에 발벗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국회에서는 분양가 상한제와 분양원가 공개, 임대주택 대량 공급을 위한 각종 법안을 논의 중이다. 하나같이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인 요인들이다.
은행이 신규 대출을 끊고 빌려간 돈은 빨리 갚으라고 독촉하면 집주인은 집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급매물이 쏟아지면 가격 급락을 피할 수 없다. 그러면 집을 담보로 잡은 은행 역시 같이 물려들어간다. 이게 바로 부동산 경착륙이다. 지난 1990년대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10년’은 이렇게 시작됐다.
지난해 말 현재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17조원에 이른다. 연 6.5% 금리를 적용할 경우 연간 이자만 무려 14조원이다. 가계가 흔들리면 경제 시스템 전반에 걸쳐 연쇄 파장이 불가피하다. 금감원 보고서는 물불 안 가리는 부동산 올인 정책에 대한 논리적인 경고다. 그것은 또 금융 현장 최전선을 감시하는 당국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