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대통령실

‘제3자입장’ 대선정국 영향력 행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2.22 21:02

수정 2014.11.13 16:03


노무현 대통령이 22일 열린우리당 당적정리 방침을 밝힘에 따라 3월초 탈당절차를 마치면 대선정국은 새국면을 맞게 된다. 국회에 여당이 없어지면서 국정운영은 일대 변화가 불가피하다. 또 구여권내 역학구도 변화와 함께 통합신당 추진과 정계개편 움직임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제1야당인 한나라당과 국정논의를 해야 하게 돼 양쪽 다 부담을 안게 된다.

노 대통령으로서는 '레임덕'이란 위기국면 앞에 놓이지만 '4년 연임제 개헌'을 홀가분하게 밀어부칠 수 있게 됐고 대선정국에서도 제 3자 입장에서 자유로운 행보를 취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는 곧 여·야 대선주자들의 행보에 유무형의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 명분과 상황반전노린 고육지책

노무현 대통령은 연초 '원포인트 개헌'제안때 한나라당이 요구하면 당적을 버릴 수 있다고 했고, 1 월말 연두기자회견에서는 열린우리당에 걸림돌이 된다면 탈당하겠다고 두개의 탈당 조건을 걸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개헌을 거부했고, 우리당 의원들의 탈당사태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그동안 노 대통령의 탈당문제는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이후 우리당은 2·14전당대회를 무사히 치르고 새 지도부를 구성했으나 여당과 범여권의 분위기는 노 대통령에게 우호적으로 바뀌지 않았다. 우리당내에서 후속 탈당그룹이 나온다면 노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여당과 청와대 내부에서는 노 대통령이 스스로 적당한 명분과 시기를 찾아 탈당하는 것이 현 위기국면을 벗어나는 해법임을 교감하기 시작했다.

대선정국에서 우리당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서는 남은 임기에 비해 다소 이른 시점이지만 노 대통령이 먼저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정치적 책임론이 부상했다. 또 개헌과 민생개혁법안 추진,주요 정책과제의 원활한 이행을 위해서는 대통령이 현시점에서 중립적 입장에 서야 한다는 상황적 필요성도 확산됐다.

결국 당초 제시된 두가지 탈당 조건이 논의되지도 않았지만 노 대통령은 레임덕이나 심할 경우 '식물대통령'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자발적 탈당'이란 고육지책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노 대통령은 이날 여당지도부 간담회에서 정치풍토를 개선하고 당내갈등의 소지를 해소하기 위해 당적을 정리한다는 명분을 강조하며 모양새를 갖추려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레임덕과 싸우는 정치 행보는 계속할 듯

노 대통령은 탈당 이후 정치적 행보는 계속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일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와의 청와대 회담에서 "대통령은 정치인이므로 정치적 중립을 지킬 의무는 없다"고 말했고, 연두기자회견에서도 "대통령 임기 전날까지도 부당한 공격에 대해 반드시 해명하겠다"며 적극 정치개입의사를 거듭 밝혔다.

이는 한나라당 등 야권과의 마찰을 부르겠지만 레임덕을 막고 정계 재편과정과 대선정국에서 친노세력을 지키며 어느 정도 영향력을 갖고 갈 수 있다는 측면에서 필요하다는 것이 친노그룹의 시각이다.

우리당 친노그룹의 한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무당적 상태라도 대선정국에서 정계개편 과정에 개입하는 등의 행보는 않겠지만 사회적 담론이나 정치적 이슈에 대해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계속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개헌 등 대형 이슈를 노 대통령이 선점해나간다고 해도 여당없는 대통령의 정책과 발언이 얼마만큼 힘을 받을 지는 미지수다.
대통령에게 사실상 마지막 남은 권한인 인사권도 야당의 정치적 공세와 구여권의 이해관계때문에 제대로 행사하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노 대통령은 개헌 발의 및 추진,민생개혁법안의 국회통과 및 이행 등 주요 정책이슈는 이날 간담회를 통해 모종의 지원을 받기로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당장 21일 사의를 표명한 한명숙 총리 후임자 선임과 이어지는 개각부터 '무당적 대통령'으로서 첫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csky@fnnews.com 차상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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