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무슨 제도요, 우리 기업이 적용 대상이 되는 건가요.”
환경문제에 대한 중소기업의 실태를 조사하다 보면 항상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시행이 당장 임박하였는데 정작 대상자인 중소기업은 잘 모르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중국의 유해물질사용규제(RoHS)와 유럽공동연합(EU)의 신화학물질관리제도(REACH) 등 해외환경 규제가 강화돼 우리 수출기업들이 당장 대비해야 할 발등의 불이 되고 있다.
올해부터는 중국이 전자정보 제품의 제조시 유해물질 사용을 제한하는 지침을 만들었고 유럽연합이 일부 화학물질을 일정량 이상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등 해외 환경정책이 엄격해지고 있다.
이처럼 기업의 환경에 대한 글로벌 기준은 엄격해지고 변화하고 있는데 우리 중소기업의 환경문제에 대응하는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인간 삶의 질을 높이는 환경의 중요성은 누구나 인정하면서도 중소기업이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갖고 투자를 늘리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중소기업이 제품 생산공장의 환경 개선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원인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실시한 ‘중소제조업 환경 애로 실태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업체의 4.4%만이 환경관리 전담조직을 갖추고 있고 환경관리 담당 인력이 없는 업체가 40.5%나 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중소기업은 환경시설을 할 경우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환경오염 방지시설의 설치 및 운영에 따른 자금 부담’(40.8%)을 꼽았다.
그러나 이같은 중소기업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환경에 대한 요구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환경기준에 대한 잣대는 점점 엄격해지고 있다. 이제는 기업들이 환경규제를 준수하는 수준을 넘어 친환경상품 개발, 친환경공정 개발을 통해 성장해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환경정책은 과거의 생산과정이나 제품이 생산되고 난 이후의 사후적 규제에서 벗어나 제품 생애주기 전체에 초점을 맞추며 사전적 규제로 변화하고 있다. 즉 원료단계, 생산단계, 소비단계, 회수처리단계 전체를 고려한 환경정책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제조업체는 제품의 사용물질, 재활용 방법 등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의무적으로 제공토록 해 기업이 생산에서부터 사후관리까지 책임지도록 하는 정책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와 같이, 환경정책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음에 따라 우리 정부와 중소기업이 당면한 과제는 무엇일까.
첫째, 중소기업 경영자들의 환경에 대한 관심이 좀더 높아질 필요가 있다.
환경문제는 이제 생산에 따른 부수적인 문제가 아니라 생산과정을 결정하고 나아가 기업의 생존까지 결정짓는 중요한 문제란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유해물질의 폐해는 국경을 넘어 무역 분쟁화되고 환경 문제를 일으킨 기업은 생존을 보장할 수 없는 시대가 되고 있다. 반면 환경을 중시하는 중소기업은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경영 핵심이 될 수 있다. 정부 등 공공기관의 친환경 상품에 대한 의무구매 비율은 점점 강화될 것이며 일반 소비자들의 환경상품에 대한 관심은 날로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정부는 환경개선이 아무리 급해도 중소기업이 감내할 수 있는 정도의 정책을 제시해야 따라 갈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기준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정부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는 가나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환경정책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기업마저 도산케 할 수 있다. 중소기업이 공장의 근무환경이나 깨끗한 대기·수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오염방지 시설이 필요하고 이 방지시설을 운영하는 데는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반발부터 하고 보는 경우가 많다. 중소기업이 환경개선에 투입할 수 있는 자금과 인력 수준을 감안한 신중한 정책수립이 요망되는 부분이다.
이처럼 정부는 환경기준의 점진적인 향상을 고려한 정책을 세우고 중소기업의 환경개선 사업을 지원하며 중소기업은 환경친화적 경영을 하지 않으면 기업의 생존과 성장이 어렵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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