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간접투자상품 중에서도 탄소펀드는 일반투자자나 심지어 금융기관에도 낯선 개념이다. 그러나 온실가스 감축 의무 부담을 받고 있는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일반화된 금융상품 중 하나며 우리나라와 같이 교토의정서상 의무 부담이 없는 중국이나 멕시코 같은 국가들도 탄소펀드를 준비 중이거나 운영하고 있다.
탄소펀드는 유엔에서 인정한 종류의 온실가스 감축(CDM)사업에 투자하고 이로부터 발생한 배출권을 거래시장에 판매해 수익을 확보하는 펀드다. 일반 쓰레기도 종량제 봉투를 구입해 버려야 하듯이 선진국들은 온실가스를 허용량보다 초과해 배출하려면 배출할 수 있는 권리(배출권)를 다른 나라로부터 사들여야 한다.
이러한 배출권은 주식이나 채권처럼 별도의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배출권 거래시장의 규모는 해마다 비약적으로 커지고 있다. 유럽, 미국, 호주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탄소 배출권 거래가 활성화돼 지난해 총 거래 규모가 219억유로에 달했다. 2005년(94억유로)에 비해 배 이상 확대된 것이다.
우리 정부도 올 상반기 안에 이를 도입키로 하고 지난 14일 기업체와 금융기관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도 개최했다. 증권회사와 운용사 등을 대상으로 탄소펀드 컨소시엄 구성과 입찰 과정 등에 대한 별도의 설명회도 열 예정이다.
그렇다면 당장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없는 우리나라가 현 시점에서 탄소펀드를 도입하고 추진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선진국의 대규모 펀드에 대응하는 정부 주도의 펀드를 조성해 감축사업에 적극 참여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규모 면에서 중국, 브라질, 인도에 이은 세계 4위의 CDM사업 추진국가이지만 그 속내를 들어다 보면 그리 밝지만은 않다.
현재까지 유엔의 승인을 획득한 10개의 사업 가운데 수익성이나 규모가 큰 사업들은 대부분 선진국들의 주도 하에 추진됐다. 기술적 검토 능력의 부족, 금융권의 인지 부족으로 인한 자금조달 어려움 등으로 국내 기업들의 자체 투자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이번에 조성된 펀드는 각 분야 전문가 풀을 구성해 사업 타당성 검토, 자금 조달부터 수익 실현까지 모든 사업 절차를 일원화해 운영함으로써 그러한 한계를 상당 부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음으로 기후변화 협약 대응 능력 향상이다. 정부, 산업계, 금융기관, 컨설팅 기관 등 기후변화 협약과 관계된 모든 분야의 전문가들이 펀드에 공동 참여함으로써 국제 동향 및 배출권 거래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사업 추진과정에서 최신의 온실가스 저감 기술과 경험 등을 축적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금융시장 육성이다. 그 동안은 우리나라가 감축의무 부담을 받게 될 경우 산업계가 받는 영향에만 초점을 맞춰온 것이 사실이지만 배출권 거래시장이 개방되면 국내 금융기관들이 받는 영향 또한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자본시장 개방 후 해외의 헤지펀드나 투기자본들이 국부유출 논란을 일으켰던 것처럼 금융기관의 사전준비 없이 국내 배출권 거래시장이 개방될 경우 국내시장이 해외기관에 잠식당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기후변화 협약은 우리 경제와 산업에 위기인 동시에 기회다. 이번 탄소펀드 조성이 기후변화 협약을 새로운 기회의 장으로 활용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를 온실가스 저배출형, 지속 가능한 발전체계로 전환시키는 촉진제의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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