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러시아 대륙을 육상과 수상으로 연결하는 천혜의 교통 요충지인 ‘발틱 3국’(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발틱 3국이 요즘 유러시아의 넥스트 이머징마켓(신흥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2004년 유럽 연합(EU)가입으로 수출 관세가 없는 발틱 3국은 근로자의 평균 임금이 50만원 정도로 유럽에서 인건비가 가장 저렴하다.
특히 발틱 3국은 외국기업 유치를 위해 공장 신설 시, 국유지는 무상으로 임대해 주고 10억 원이상 투자할 경우 5년 동안 법인세를 면제해주는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있다. 또 발틱 3국은 다른 유럽국가들의 법인세율(30%) 절반 수준에 불과해 2000여 외국기업들이 앞다퉈 진출하고 있을 정도다.
그 결과 외국인 직접 투자는 에스토니아의 경우 총 GDP의 22%에 달하고 세 나라의 평균 경제 성장률도 7∼8%에 이르면서 발틱 3국은 신흥 경제부국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삼성전자, LG전자, 현대기아차, SK(주) 등 주요 기업들이 발틱 3국에서 시장점유율을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유러시아의 샛별로 떠오른다
지난해 10월 삼성전자 사장단 월례회의. 윤종용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상대적으로 시장 규모는 작지만 성장 가능성이 있는 미진출 시장을 적극 개척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부회장이 거론한 지역은 발틱 3국이다.
그는 “최근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등 발틱 3국에서 올린 성과가 신(新)시장 개척의 좋은 사례”라며 “앞으로도 이런 노력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발틱 3국에 대한 시장개척 노력도 계속해 나가자”고 말했다.
발틱 3국은 러시아와 동유럽에 가려 좀처럼 빛을 보지 못하던 시장이다.
삼성전자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발틱 3국에 홀로 뛰어들어 지난해 2억달러가 넘는 매출을 올렸다. 올 해는 3억달러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곳에서 매년 30%가 넘는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삼성전자에 발틱 3국은 그야말로 ‘흙 속에서 찾아낸 진주’인 셈이다.
지금 삼성전자는 발틱 3국에서 대표적인 국민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모토롤라, 소니는 몰라도 삼성전자는 대부분 안다.
삼성전자는 지난 98년 직원들을 파견해 발틱 3국 시장 조사에 들어간 뒤 지난 2004년 이후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발틱 3국은 정부가 직접 나서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고 소득세 단일화 등 각종 개혁정책과 개발정책으로 성장 여력이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발틱 3국은 2000년대 들어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며 부를 만끽하고 있다.
이들 3국은 지난해 7∼10%대의 높은 성장률을 달성했고 국민소득도 1만2000∼1만7000만달러에 달했다.
3국 중 에스토니아는 적극적인 규제 철폐 정책에 힘입어 올해 8월 발표된 기업 자유지수 순위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할 만큼 기업하기 좋은 곳으로 손꼽히는 나라가 됐다.
■기술-인재 확보의 ‘엘도라도’
삼성전자, LG전자,현대기아차,SK 등은 발틱 3국에서 연 평균 3∼5%이상의 시장점유율 확대를 이뤄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디지털 TV와 컴퓨터를 비롯 세탁기, 냉장고 등 가전 점유율이 세 국가에서 40%에 육박하고 있다. 이미 이들 기업은 발틱 3국에서 ‘최고 유명한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소니와 일렉트로룩스 등 세계 굴지의 가전 브랜드도 삼성과 LG의 명성에는 주눅이 들 정도다.
또 현대기아차도 미국의 GM,포드와 유럽의 폭스바겐, 아우디, 메스레데스-벤츠 등을 앞지르고 일본 도요타 등에 이어 정상권을 달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발틱 3국은 우리 기업들에게 있어 원천기술 확보 및 고급인재 확보에도 중요한 ‘잠재 자원’이다.
라트비아에 진출한 국내기업 관계자는 “앞으로는 기초기술력과 고급 인재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가 새로운 시장에 대한 접근 가능성을 높여주는 팁일 것”이라며 “이 곳은 기술과 인재의 엘도라도(황금의 땅)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은 발틱 3국에 연구소를 건립해 다양한 기초과학 연구를 진행중이다. 기술보안 문제로 일반에 공개되지는 않지만 국내 삼성종합기술원과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전자ㆍ화학ㆍ항공 등 미래 성장산업의 기초연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 역시 중국ㆍ러시아ㆍ동유럽으로 이어지는 유라시아 벨트의 R&D 중심을 이 곳에 두고 이동통신 단말기 및 화학유기물 기술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전자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공대에 ‘LG 이동단말연구소’를 설립해 고급인력확보의 통로로 활용한데 이어 발틱 3국에도 연구소를 설립해 하이테크 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LG화학의 경우 러시아에서 차세대 신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엠게우내에 위치한 ‘LG화학 첨단소재 위성 연구소’는 차세대 기능성 고분자 물질 개발과 관련된 연구 과제를 수행하는 등 미래 원천기술 확보는 물론 기술동향 파악, 우수인력 확보로 R&D 역량을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pch7850@fnnews.com 박찬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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