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지난주 끝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WGC액센추어매치플레이 결과에서 여실히 입증됐다. 유럽의 신흥 강자 헨릭 스텐손(스웨덴)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이 대회에서 미국 선수가 4강에 오른 것은 채드 켐벨 뿐이었다. 지난해 마스터스 챔피언 필 미켈슨은 물론 PGA투어 8개 대회 연속 우승에 도전했던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마저도 유럽의 상승세에 나가 떨어졌다. 이 대회가 창설된 1999년 이후 미국선수가 결승에 진출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록 올 시즌 치러진 9개의 PGA투어 대회 중 7개의 우승 트로피를 미국 선수들이 가져가긴 했지만 그것만으로 미국이 유럽에 앞선다고 보기는 어렵다. 유럽의 상위 랭커 대부분이 유럽프로골프투어(EPGA)투어에 전념한 대신 PGA투어에는 출전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WGC액센추어매치플레이가 명실상부 올 시즌 치러진 양대 산맥의 진검승부였다는 것에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권력 이동’ 조짐은 지난해 유럽의 승리로 끝난 미국-유럽의 대륙간 대항전인 라이더컵에서 이미 나타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뷰익인비테이셔널에서 PGA투어 7연승을 달성한 후 기분좋게 EPGA투어 원정길에 나섰던 우즈가 두바이에서 스텐손에게 우승을 내주고 ‘황태자’ 어니 엘스(남아공)에게 마저 순위가 밀리면서 그러한 평가에 더욱 무게가 실리게 됐다.
유럽의 중심은 단연 스텐손이다. 30살의 스텐손은 미국의 골프팬들에겐 다소 생소한 인물. 그가 EPGA투어에서는 6승을 거두며 최고의 선수로 각광을 받고 있지만 미국무대에서는 거의 활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이번 우승을 계기로 올 시즌 15∼16개 가량의 PGA투어 대회에 출전해 자신의 존재를 확실하게 각인시킨다는 계획이다. 그는 그런 오늘을 위해 철저한 준비를 해온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을 잇는 중동의 허브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로 거주지를 옮긴 것이 그 대표적 실례다. 미국과 유럽을 오가기에는 두바이만큼 적합한 곳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미국인들은 PGA투어에서의 성공만으로 선수의 지위를 결정한다. 바꾸어 말하면 미국 이외의 투어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스텐손은 “맞다”면서 “나는 지난 2년간 유럽에서 철전한 준비를 해 세계 랭킹을 끌어 올렸다. 이는 미국의 골프팬들과 보다 친숙해지기 위한 나의 철저한 준비였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지난 26일(한국시간) 미국의 골프팬들을 경악케 하는 결과를 연출했다.
우즈를 비롯한 미국세를 위협하는 유럽 중심의 ‘다국적군’으로는 스텐손 외에 조프 오길비(29), 닉 오헌(이상 호주), 저스틴 로즈(26), 폴 케이시(27·이상 영국), 트레버 이멜먼(27·남아공) 등이 있다. 이들이 한결 같이 젊다는 점에서 골프의 ‘권력 이동’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것이다.
/golf@fnnews.com 정대균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