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누르면 전기가…‘압전의 마술’

이재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3.11 15:30

수정 2014.11.13 15:05



한동안 인터넷, 이동전화 등 특정 경로에 국한되던 정보 공유가 컴퓨터와 네트워크 연결에 상관없이 실생활 전반으로 확산되는 세상이 됐다. 유비쿼터스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이런 유비쿼터스 세상의 핵심은 바로 전자식별(RFID)태그. 우리가 입고 있는 옷이나 신발에서부터 채소나 쓰레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물에 붙어 있는 전자태그는 곳곳에 설치된 메인 시스템과 정보를 주고받으며 인간의 삶을 보다 편리하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이런 유비쿼터스 세상이 실현되려면 전자태그에 사용되는 전원 공급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 각각의 전자태그가 전기선의 연결 없이 독자적으로 발전 전원을 가지고 구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각광받는 분야가 압전체를 이용한 에너지 하베스팅(harvesting)이다. 압전 세라믹을 이용한 초소형 발전기가 작은 진동을 전기에너지로 바꿔주는 마술을 부리는 것이다.

■압전효과?

압전효과(Piezoelectric Effect)란 압전체를 매개로 기계적 에너지와 전기적 에너지가 상호 변환하는 작용이다.
다시 말해 압력이나 진동(기계에너지)을 가하면 전기가 생기고 전기를 흘려주면 진동이 생기는 효과다. 이 변환을 만들어 주는 압전체는 압력이나 진동을 가하면 전기가 생기는 물질. 우리가 사용하는 가스레인지의 점화과정이 압전체를 이용한 압전효과의 대표적인 예다. 손잡이를 돌려 압전체에 압력을 가하면 전기가 생성돼 불꽃이 생기며 공급된 가스와 만나 불이 붙는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압전체는 PZT(납, 질콘, 티탄으로 만든 소재)라는 세라믹(무기화합물) 소재다. 그러나 최근 환경 문제에 대한 규제가 늘어남에 따라 납을 사용하지 않은 압전 세라믹 재료의 개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밖에도 PVDF라는 폴리머 계열 소재에서도 압전 현상이 나타나며 이를 이용한 박막 스피커 등 개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압전효과는 에너지 변환을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 무궁무진하게 응용되고 있다. 각종 진동을 이용해 전기에너지를 생성해내는 에너지 하베스팅은 무공해 재생에너지라는 점에서 각광받는 연구분야다. 또한 거꾸로 전기를 주입할 때 생기는 진동은 초음파 분야에서 응용돼 가습기나 세척기같은 생활용품, 초음파 모터 등의 분야에서 이미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밖에도 압전효과를 복합시킨 응용 사례도 있다. 어군탐지기는 전기에너지를 기계에너지(초음파)로 변환해 내보내고 돌아온 기계에너지를 다시 전기에너지로 바꾼 원리다. 비파괴검사도 이와 같은 원리다.

■진동으로 전기를 만드는 작은 발전기

흔히 우리가 지구상에서 볼 수 있는 태양열, 빛, 풍력 등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는 무공해일 뿐만 아니라 무한정 이용이 가능하다. 이들 에너지는 이미 태양광 발전, 열전소자(양끝에 온도 차가 발생하면 전기가 발생되는 장치)를 이용해 온도 차로부터 전기에너지를 얻는 열전 발전, 풍력 발전 등으로 상용화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엔 압전체를 이용해 전기에너지를 얻는 압전 발전 분야가 새로운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압전체를 이용한 에너지 하베스팅은 주위의 버려지는 힘이나 압력, 진동같은 에너지를 우리가 사용가능한 전기에너지로 변환해 준다. 이 방식은 에너지 변환 효율이 크고 소형·경량화가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앞에 언급한 전자태그의 전원 문제를 해결할 최고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응용이 기대되고 있다.

예를 들어 압전 발전기를 군화에 부착하면 군인들이 걸어다닐 때의 진동을 이용, 무전기의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다. 이 기술은 현재 미국에서 연구가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상·하수도에 부착된 센서가 물이 흐르는 수도관의 진동을 이용, 자체 발전해 전기 공급 없이 수도관의 상태를 메인 서버로 전송할 수도 있다.

■생활속의 압전 효과

소량의 전기로 진동을 만들어내는 압전효과는 이미 우리가 실생활에서 이용하는 각종 장비에 널리 응용되고 있다.

초음파 가습기는 물을 가열하지 않고도 수증기의 형태를 만들어낸다. 바로 압전효과를 이용한 원리다. 전기를 압전체에 흘려주면 초당 20만번 이상의 진동이 이어지고 이 진동이 물을 깨뜨려 수증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초음파 세척기 역시 같은 원리로 생성된 초음파를 이용해 이물질을 제거하는 장치다.

이밖에도 압전 초음파는 자동차의 뒷거울 이슬 방지, 초음파 치료기 등 다양한 분야에 이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압전 원리를 사용한 초음파 모터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압전 초음파 모터는 압전 세라믹에서 발생하는 기계적 진동을 원하는 구동 형태로 변환해 작동되는 모터다. 이 모터는 구조가 간단하고 소형화가 쉬우며 소비전력이 낮다.
또한 초음파 영역에서 구동되기 때문에 소음이 거의 없고 정밀도가 우수해 나노(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 수준의 제어를 가능하게 한다.

때문에 압전 초음파 모터는 전자기식 모터에 비해 정밀한 분야에서 응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으며 관련 연구도 활발히 진행중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윤석진 박사는 “향후 과학 기술 발전 방향이 소형화 및 나노화로 전개되는 만큼 압전 초음파 모터의 수요 및 개발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일본이 선점하고 있는 이 시장을 우리가 가져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움말=한국과학기술연구원 박막재료연구센터

/economist@fnnews.com 이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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