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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주택 달라진다] “내가 사는 집이 내집” 주인의식 키워야

신홍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3.26 16:16

수정 2014.11.13 14:12


“임대아파트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있지만 입주민들의 의식 또한 문제입니다. 일부이긴 하지만 주인의식이 없어요. 유리창이 깨져도 관리사무소가 나서지 않으면 고치지를 않아요. 내집이라고 생각하면 누가 그러겠습니까.”

서울시내 모 임대아파트의 관리소장은 “소년소녀가장이나 독거노인 등 생활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입주민도 있지만 멀쩡한 사람들이 ‘나 몰라라’하는 식으로 함부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며 “입주민들의 주인의식이 아쉽다”고 말했다.

서울시 SH공사 관계자도 “임대아파트 입주민 중 일부는 심하다 할 정도로 무관심하게 관리하는 경우도 있다”며 “전체 임대아파트를 관리하기에도 일손이 모자라는 판에 개별 가구에까지 신경을 써야 하니 상당히 힘이 든다”고 토로했다.

■임대아파트 입주민 ‘주인의식’ 가져야

지난 94년 입주한 서울 강서구 B영구임대아파트 단지. 이 단지는 멀리서 보면 그럴듯 하게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눈살이 절로 찌푸려진다. 창문에 비닐을 덧댄 곳도 있고 심지어 파손된 곳도 군데 군데 눈에 띈다. 이 단지에 사는 김상구씨(38·가명)는 “주민들이 시설물을 아끼는 마음이 없다보니 고장나도 잘 고치지 않는다”며 “특히 입주민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놀이터 시설 등 공공 시설물은 금방 파손되기 일쑤”라고 말했다.

민간건설업체 S사 관계자는 “재개발을 할 때 임대아파트를 의무적으로 짓는데 입주하고 난 뒤 하자 보수를 위해 방문하면 유난히 임대아파트 시설물 고장이 많다”며 “분양아파트 주민들은 시설물을 아끼는데 비해 임대아파트 주민들은 그런 주인의식이 부족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물건을 공용면적인 아파트 복도나 계단에 너절하게 방치하는 건 예사다.
심지어 봉투에 담아 버려야 할 쓰레기를 고층에서 뿌려 보행자나 주차 차량에 피해를 주는 경우도 흔하다.

익명을 요구한 관리소 직원은 “고층에서 무단으로 버린 쓰레기에 맞아 부상을 입는 사례도 있어 경비원들이 쓰레기를 치우러 화단에 들어가는 것조차 꺼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CCTV가 설치돼 있지 않다는 점을 악용해 엘리베이터에 낙서를 하거나 훼손하는가 하면 술을 마시고 관리소에 찾아와 행패를 부리는 일도 있다”며 “심적, 육체적 피로가 극심하다”고 말했다.

입주민들의 공동체 의식도 약한 편이다. 내 것이 아니란 생각에 조경이나 도로 등 주변 인프라 개선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점이 단적인 예다.

SH공사 관계자는 “분양아파트 입주민들은 주변에 모텔 하나만 들어서도 집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각종 민원을 구청에 제기하는데 비해 임대아파트 입주민들은 ‘나몰라라’식으로 무관심한 경우가 많다”면서 “‘내집’이 아니라 ‘얹혀 산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 같다”고 말했다.

■주민 공동체 의식 갖도록 노력해야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주민들의 공동체 의식을 제고해 태도를 바꾸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구체적 방법으론 서울시 SH공사나 주택공사, 각 지자체 등의 관리주체가 다양한 주민참여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SH공사 이상현 차장은 “더불어 사는 임대아파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입주민과 관리주체가 마주앉아 토론해 서로의 부족 부분을 채워줘야 하고 이웃과 정을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과 프로그램 개발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같은 노력으로 지난해부터 관리사무소 워크숍 등을 마련, 관리개선 사례 등을 교육하고 공유하고 있으며 입주민들과도 다양한 참여의 장을 만들어 서로의 벽을 허무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임대아파트 부정적 인식도 개선해야

임대아파트에 대한 외부의 부정적인 인식도 문제다. 이 때문에 아파트 건립에 차질을 빚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부산시 동래구 안락동 옛 군인아파트 부지에 건립을 추진중인 630가구 임대아파트 공사도 부지매입이 90% 이상 진행됐으나 인근 주민들의 반대로 중단되기도 했다. 인근 주민들은 “임대아파트가 들어서면 슬럼화가 가속화되고 지역발전에 도움이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사례는 임대아파트가 들어서는 지역이면 자주 볼 수 있다. 그 만큼 임대아파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심각함을 방증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임대아파트 입주민들도 우리의 이웃으로 생각하는 사회적인 공감대 형성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사장은 “그동안 ‘임대=못사는 사람’으로 등식이 성립됐는데 이는 정부가 임대아파트를 소형으로 짓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공급한 책임도 크다”며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임대아파트 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만큼 외국처럼 소유에서 거주의 개념을 갖도록 하는 임대아파트 의식전환 캠페인이 절실한 때”라고 강조했다.

대한주택공사 박세흠 사장도 “임대아파트에 대한 편견과 입주민들의 의식전환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 예로 “전세아파트에 산다고 하면 아무 생각없이 지나가는데 임대아파트에 산다고 하면 ‘못산다’, ‘저소득층이다’라는 고정관념을 갖게 된다”면서 “임대아파트라는 용어를 없애거나 다른 용어로 바꿔보는 것도 신중하게 검토해 볼 단계”라고 밝혔다.

/shin@fnnews.com 신홍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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