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간의 ‘경선 룰’ 중재안 공방이 ‘분열’이라는 비극으로 끝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경선 룰’ 중재안 처리를 위한 상임전국위원회를 하루 앞둔 14일, 두 주자는 모두 한치의 양보도 없이 기존 입장을 되풀이 하면서 극적 타결을 기대했던 당 지지자들을 실망케 했다.중재안이나 두 주자간 제3의 합의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대표 및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겠다며 배수진을 쳤던 강재섭 대표의 노력도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명박, 박근혜 “더 이상 타협은 없다”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는 이날 “더 이상의 타협은 없다”,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이 전 시장은 서울시 당원협의회 당원교육 행사에, 박 전 대표는 수원 권선구와 장안구 당원간담회에 참석, 각자 예정된 일정을 소화했다.한마디로 ‘경선 룰’ 중재안 처리를 위한 상임전국위를 하루 앞뒀지만 극적 타결의 가능성은 보이지 않았다.
지난 주말 이 전 시장측 캠프내부에서 ‘두번째 양보’를 주장하는 의견도 일부 나왔으나, 이 전 시장 본인이 “그런 어리석은 사람이 있나”라고 일축하면서 캠프는 ‘정면돌파’로 의견을 모았다.특히 대표적인 온건파로 이 전 시장의 친형인 이상득 부의장도 “더이상 양보는 없다”고 밝혀 교통정리가 됐다.
박 전 대표도 물러서지 않을 기세다.‘원칙고수’라는 입장에서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염창동 당사에서 사흘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지지자들을 찾아가 “이렇게 하는 것은 나에게 도움이 안된다”면서 농성 해제를 당부했다.박대표측 유승민 의원은 “박 전 대표는 강 대표나 이 전 시장이 뭐라고 하든 변한게 없고 흔들리는 것도 없다”면서 “박 전 대표는 우선은 상임전국위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상임전국위 개최 여부도 불투명
양측은 상임전국위에 중재안 상정 여부를 놓고도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중재안이 최고위원회를 통과한 직후 김학원 상임전국위원장은 “두 대선주자의 합의가 없으면 중재안을 상정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 전 시장측 박형준 의원은 “중재안이 최고위원회 의결로 상임전국위에 넘어가면서 자동상정됐다”면서 “전국위의장이 상정된 안건을 처리하지 않으면 직무를 유기하는 게 된다”고 주장한 반면,유 의원은 “전국위의장이 중재안을 안건으로 올리지 않으면 성립이 안된다”고 반박했다.
두 주자가 합의를 하지 않은채 상임전국위가 열리면 한쪽이 치명상을 입고,당이 쪼개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중재안이 통과되면 박 전 대표가, 부결되면 이 전 시장이 각각 심대한 정치적 타격을 입게 돼 지는 쪽은 ‘갈라서기’를 준비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상임전국위가 소집된 채 양 측간 공방으로 회의진행이 무산되거나 연기되면 당의 중심인 강 대표가 결국 약속대로 사퇴할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임시전대나 비대위 체제로 갈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가 당을 접수하기 위해 또다른 분열을 불러올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courage@fnnews.com전용기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