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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 코너] 정훈식/주요도시 ‘마천루 경쟁’

정훈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5.15 21:39

수정 2014.11.06 00:21



21세기에 접어들면서 ‘마천루’ 경쟁이 세계 건축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권 국가들과 막대한 오일머니를 등에 업은 두바이 등 중동권 신흥 경제국가들을 중심으로 ‘세계 최고 건물 보유’에 대한 자존심 경쟁으로까지 치달으면서 이같은 높이 경쟁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랜드마크화를 통한 지역발전’이라는 명분으로 추진되고 있는 국내 초고층 빌딩 건설 프로젝트 경쟁은 민선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치적쌓기’ 욕구에 새로운 일감 확보 및 세계 시장 수요증가에 대비한 초고층 건축물 시공 실적 챙기기의 ‘두 토끼’를 노리는 국내 건설업체들의 손익계산이 맞아 떨어지면서 국내에서도 초고층 빌딩 건설 프로젝트가 줄을 잇고 있다. 100층 또는 200층 규모의 빌딩이 들어서면 도시의 상징성이 커지고 관광객 유치와 일자리가 늘어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더불어 국가적으로도 건축자재 등 연관산업의 활성화와 기술력 제고로 국제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좋은 기회가 된다.

하지만 이런 초고층 건물이 체계적인 ‘틀’에서 벗어난 채 경쟁적으로,우후죽순격으로 건설될 경우 향후 도시와 사회·경제적으로 미칠 수 있는 부작용도 적지 않은 만큼 사전에 충분한 검토와 대비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초고층 건축물 경쟁 실태

건축 관련 학계와 업계에서는 신흥 개발도상국 등을 중심으로 도시개발 과정에서 마천루 경쟁이 잇따르면서 오는 2010년까지 초고층 건축물 건설시장은 발주액 기준 세계적으로 5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만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의 ‘버즈두바이(높이 700m, 높이 160여 층)’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 높은 빌딩으로 추진되고 있는 인천 경제자유구역 송도신도시의 인천타워(610m)가 마천루 경쟁의 불을 댕겼다. 인천타워는 오는 2012년 준공을 목표로 추진중이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디지털미디어시티내 국제비즈니스센터와 송파구 잠실동의 제2롯데월드 등도 건설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잠실 제2롯데월드는 555m에 112층 규모로 건설된다.

부산 월드 비즈니스 센터(500mㆍ110층)와 부산 중앙동 롯데월드 타워(510m·107층) 등도 100층이 넘는 초고층으로 건축된다.

여기에 서울 세운상가 도심재개발구역에도 220층 짜리 빌딩 건축 계획을 추진중이고 한국철도공사도 서울 용산역 철도기지창 부지에 150층(620m) 높이의 복합건물 건설계획을 세워 서울시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받아 놓은 상태다. 미국에서 이미 완공된 빌딩 중 100층이 넘는 빌딩이 3개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초고층 빌딩 건설에 대한 집착은 대단하다.

■초고층 빌딩의 허와 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건물의 높이 경쟁은 도시의 랜드마크 구축이라는 상징적 의미와 함께 한정된 도시공간의 효율적인 이용, 건설산업 활성화 및 건축 기술력·노하우 제고 등 여러 분야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더불어 해외 각국들의 ‘높이’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 지고 있는 상황에서 초고층 건축 기술력 확보는 국내 건설업체들의 해외건설 수주기반을 다지기 위한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국내 건설업체들의 초고층 건축 경쟁이 더욱 가열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지만 건축물이 갖는 이같은 긍정적인 효과에도 불구하고 부작용을 지적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먼저 우리나라의 경우 건축계획적인 측면에서 초고층 건축에 대한 제도적 기반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채 기존 법규를 준용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초고층 건축물은 일반적인 고층이나 중저층 건축물 등과는 도시적 차원은 물론 건축과정이나 환경, 안전 등 여러 부문에서 분명히 큰 차이가 있으나 기존의 건축 관련 법령에서는 이를 충분히 담아낼 수가 없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아울러 이런 초고층 건물에 근무하거나 거주하는 입주자들의 건강이나 도시 전체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서도 별도의 기준 마련이 필수적이다.

화재발생에 대한 방재와 비상대피에 대한 별다른 법적 규제나 대비도 전혀 없다는 것도 문제다. 또한 장기 사용후 건축물의 수명이 다해 해당 건물을 해체하거나 철거할 때도 뚜렷한 방법이 없다. 실제 도심에 100∼200층 짜리 건물을 헐어내고자 할 때 작업공간이 부족해 안전 등의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초고층 건축물이 수명을 다할 경우 자칫 흉물로 방치될 수 있고 이로 인한 제2의 안전 및 환경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함께 초고층 건축물은 건물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거대한 도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교통문제는 물론 자칫 주변의 상권에 대해 ‘블랙홀’ 현상을 불러 일으켜 주변 상권 슬럼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 밖에도 경제성 여부도 따져 볼 문제다.
초고층 건물은 건축 비용이 일반 건축물에 비해 사회 경제적 기회 비용도 엄청나게 많이 든다. 따라서 민간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데 비해 이로 인해 돌아오는 경제적 가치가 얼마나 되는 지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이세현 박사는 “초고층 건축물의 경쟁적 추진은 단순히 도시경쟁력 확보와 건설기술력 제고라는 시장논리로만 볼 게 아니라 사전에 경제, 사회, 문화 등의 분야에서 도시와 국가 장래 전반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충분히 검증하고 보완대책을 마련한 뒤 차분하게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poongnue@fnnews.com 정훈식 부동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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