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초반의 회사원 김모씨는 얼마 전 큰 봉변을 당할 뻔했다. 전날 과음한 후 다음날 아침 화장실에서 갑자기 실신한 것. 다행히 큰 외상을 입진 않았지만 김씨는 혹시 큰병이 아닐까 걱정돼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일시적 신경성 실신의 하나인 배뇨성 실신으로 판명났다. 김씨는 과음이나 지나친 피로만 피하면 된다는 의사의 충고를 듣고서야 안심이 됐다.
이처럼 건강에 특별한 이상이 없는 데도 일상적인 일을 하다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김준수 교수는 “건강한 사람도 실신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며 “다만 실신 횟수가 잦을 땐 심장질환이나 뇌졸중 등이 원인일 수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왜 실신하나
실신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다. 주로 질환, 약물 등의 원인에 의해서 발생한다. 보통 실신은 혈압이 급격히 낮아지거나 심장 박동이 정지하거나 느려질 때 발생한다. 심장으로부터 의식에 관여하는 머리의 중요한 부위인 뇌간으로 가는 피의 흐름(뇌혈류)이 갑자기 정지하기 때문이다.
뇌혈류가 10초 정도 계속 정지되면 환자는 의식을 잃고 갑자기 쓰러진다. 환자가 쓰러진 후 뇌간으로 피의 흐름이 재개되면서 환자는 의식을 회복하게 된다.
흔히 실신했다고 하면 신경계질환이나 뇌졸중으로 먼저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심장신경성 실신이 가장 흔한 원인이다. 그 중에서도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이 가장 흔한 원인이 된다.
김 교수는 “실신은 정상인이 살아가는 동안 100명 중 3명이 한번 정도 경험한다”며 “한번 실신을 경험한 사람의 3분의 1은 다시 실신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장신경성 실신이 가장 많다
실신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피부나 근육에 퍼져 있는 소동맥이 어떤 이유에 의해 확장되면서 심장으로 돌아와 순환되는 혈액량이 감소하는 것. 이것이 바로 심장신경성 실신이다.
움직이지 않고 장시간 서 있을 때 혹은 더운 방이나 차량 안에 있을 때, 피로하고 허기가 질 때 잘 생긴다. 또 심한 기침이나 대변을 보면서 오랜 시간 힘을 주는 경우에도 발생한다. 누워 있거나 앉은 자세에서 갑자기 일어설 때, 예기치 않은 통증이 발생한 경우(심장발작)에도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심장신경성 실신 중 배뇨나 배변시에 실신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김준수 교수·박정왜 간호사팀이 95년부터 2006년까지 심장신경성 실신으로 진단된 1051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남성은 배뇨성(소변시) 실신이 20.0%로 소변을 보는 중 실신하는 경우가 가장 흔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여성은 배변성 실신이 16.3%로 조사됐다. 또 처음 실신은 11∼25세 사이가 53%로 가장 많았다. 성별로는 남성이 16∼20세에 22.9%로 가장 흔했고 여성은 이보다 늦은 21∼25세(18.2%)에 처음으로 실신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떻게 대처 해야 하나
가슴이 답답하고 식은 땀을 흘리는 등 ‘실신 전 단계 증상’을 보이면 대부분의 사람들 벽에 기대거나 주위 물체를 붙잡는다. 또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기 위해 이동한다. 이 같은 행동을 하면서 의식을 잃고 쓰러지면 심한 신체적 손상을 입을 수 있다.
따라서 실신 전 단계 증상이 생기면 즉시 바닥에 앉거나 누워서 10분 정도 휴식을 취해야 한다. 누울 때 다리를 올릴 수 있으면 머리와 심장으로 피를 빨리 보낼 수 있어 증상이 보다 신속하게 호전된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고 과도한 일을 하거나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상황이 계속되면 실신증상이 자주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생활패턴을 바꾸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좋다.
주변에서 쓰러진 사람을 발견했을 경우 즉시 환자의 양쪽 다리를 높이 올려주면 실신 회복에 도움이 된다. 환자가 의식을 회복하더라도 환자를 일으켜 세워 다른 장소로 바로 이동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실신의 원인이 심장질환일 경우엔 심전도검사, 활동중 심전도(홀터검사)검사, 운동부하검사, 심초음파 검사, 임상전리생리학검사, 관동맥조영술 등을 받아야 한다. 체내 자율신경계의 과도한 변화에 의해 발생하는 심장신경성 실신의 진단을 위해서는 기립경사검사가 진단에 매우 중요하다.
특히 실신환자 중 △심장병(협심증, 심근경색증, 비후성 심근증, 확장성 심근증, 대동맥판 협착증, 심부전)을 앓고 있거나 △가족력상 돌연사 병력이 있거나 △실신 직전까지 아무런 사전 증상 없이 바로 의식을 잃고 쓰러지거나 △의식 회복 후에도 금방 주위 사람을 잘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엔 심각한 부정맥을 의심해야 한다. 이런 증세가 보이면 바로 심장내과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pompom@fnnews.com 정명진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