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창업

[박민구의 상권해부] 한동네 비슷한 가게 모일수록 더 잘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5.21 16:15

수정 2014.11.05 15:14



버스를 타고 시내를 관통하다 보면 유사한 품목을 취급하는 매장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분포되어 있는 모습을 목격하곤 한다. 대표적으로 경동시장에 약재상, 동대문 패션몰, 종로의 주얼리, 아현동 가구거리와 웨딩숍, 용산 전자상가, 무교동 낙지골목 등을 들 수 있다. 비록 수적으로 많지는 않지만 종로의 극장가나 역세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명 스포츠용품전문점이나 로데오거리의 패션매장도 동일한 입지 패턴을 보인다.

간과하기 쉽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고도의 입지 원리가 숨겨져 있다. 이른바 ‘집적 경제’(Agglomerative Economies) 효과라는 것인데, 가령 서로 다른 상권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가전매장이 1주일에 50대 TV를 판매하다가 A대리점이 같은 50대를 팔고 있는 B대리점이 위치한 상권에 인접하여 이전하게 될 경우를 가정해 보자. 결과적으로 상권에서 판매되는 총 TV 판매량은 100대가 아닌 그 이상으로 팔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


상품의 특성이 동일한 불완전 대체재(imperpect substitutes)를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는 따로 떨어져 있는 것 보다는 몰려 있는 곳을 찾게 마련이다. 비록 절대가격의 인하를 끌어내지는 못하지만, 몰려 있는 곳을 방문하면서 얻게 되는 외적인 이득(external benefits) 때문에 멀리서도 찾아오게 마련이다.

우선, 상호 비교가 용이하다는 것이다. 의류의 경우 색상이나 디자인의 상호 비교, 유사한 아이템에 대한 가격 비교도 쉬워진다. 또한 개별 매장을 찾는 교통비용이 좀더 멀리 떨어진 로데오매장 보다 적게 들지 모르지만 비교쇼핑을 할 때는 사정이 완전히 달라진다. 오히려 몰려 있어야 시간과 경비를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것이 소비자가 바라본 집적경제의 효과이다.

원칙적으로 같이 몰려 있으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창업자는 골머리를 앓게 된다. 하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맛의 차별화,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며, 상권 전체적으로는 상권력을 키우는 계기가 된다. 마포에 가면 3대째 내려오는 사철탕집이나, 음악DJ가 있는 신당동 떡볶이집이 전국구로 유명해 진 것도 집적경제의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하지만 몰려 있다고 해서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적어도 단가가 낮고 자주 구입하거나 구입이 용이한 품목은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유리하다. 또한 몰려 있다고 해도 매장간의 힘의 균형이 있어야 한다. 점포 규모가 서로 다르고 판매가격이 다르다면 균형은 금새 깨지게 된다.

최근에는 동일한 컨셉의 프랜차이즈 매장들이 한 상권에 몰려드는 현상도 그리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기껏해야 1㎞ 반경의 자그마한 상권을 가지고 티격태격하는 구도는 결국 한정적인 소비층을 상대로 이전투구하는 것 밖에는 안 된다. 상호간 브랜드 파워가 다르거나 소비자가 느끼는 만족도의 차이가 나는 경쟁이라면 아예 입점을 포기하는 것이 상책이다.
하지만, 동일한 상품이라도 소비자가 얻을 수 있는 차별화된 만족이 있다면 승산은 충분하다.

/맛깔컨설팅 수석컨설턴트 isaknox@yesyo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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