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제 국수주의’가 심화되면서 중국진출 국내 기업 중 ‘기업 체질’이 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약한 2만5000여 중소기업들이 ‘세금 폭탄-환경 규제’를 피해 제3국으로 공장을 이전시키고 있다.
중국 정부는 자국 경제 보호를 위해 외국기업에 대한 세제개편을 통해 소득세율을 과거보다 대폭 높이고 토지사용세도 신규 징수에 나서면서 한국의 중소기업들은 ‘세금 폭탄’을 맞을 판이다.
또한 유럽연합(EU) 환경규제인 ‘RoHS’의 중국판인 ‘차이나 RoHS’를 발표하면서 중국 진출 국내 중소기업의 환경규제가 더욱 강화되어 삼중고를 겪게 됐다.
이로 인해 우리 중소기업들은 해외 생산기지를 중국이 아닌 인도, 베트남, 캄보디아 등 새로운 이머징마켓으로 옮기기 위한 대장정이 시작됐다.
■‘세금폭탄-환경규제’로 중기 ‘초비상’
21일 중소기업연구원과 KOTRA 등에 따르면 올 들어 중국진출 국내 중소기업은 3만여개이며 이 중 8% 정도가 세금 및 환경규제를 피해 인도, 베트남 등 제3국으로 공장이전을 새롭게 검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내년부터 해외진출을 모색하는 중소기업의 경우 그동안 ‘중국’을 0순위로 꼽았으나 이제 베트남,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터키 등 제3국으로 해외진출 대상을 확대시키고 있다.
실제로 수출중기 1만여 업체 중 2000여 업체가 향후 해외 생산기지 건설 희망국으로 중국이 아닌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을 꼽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탈중국’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이유는 중국 세법개정으로 인한 ‘세금 폭탄’과 ‘환경규제’ 때문이다.
중국이 내년부터 시행할 신기업소득세법은 기존의 ‘외자 숭배’가 사라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동안 33%의 법인세율을 적용해 온 중국 기업과 15%(경제특구 및 경제기술개발구 입주) 및 24%(연해경제개방구 입주)의 우대 세율을 적용받아 온 외국 기업의 세율을 내년부터 25%로 단일화하는 신규법규가 제정되면서 우리 중소기업들은 초비상이다.
중국 정부는 외국 기업에 대해서는 내년부터 5년간 매년 2%씩 점진적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세율 인상으로 외국 기업의 세금 부담이 연간 430억위안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 내 외국 기업은 60만여개에 이르고 이 가운데 한국 기업은 3만개(이 중 중기가 70%)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에서 8년째 중소 철강업을 하고 있는 한국인 사업가 김기진씨(49)는 “이미 올 1월부터 외국기업의 토지사용료 면제 혜택이 폐지돼 기업활동에 상당한 악영향을 받고 있는데 이번에는 중국 전인대에서 기업소득세법과 노동합동법을 통과시키면서 우리 중소기업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며 원가경쟁력 확보에 큰 부담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전인대에서 다뤄질 외국기업 관련 법안은 이뿐만이 아니다. 기업 소득세법과 노동합동법에 이어 순차적으로 취업촉진법, 순환경제법, 사회보험법, 돌발사건응대법, 행정강제법 등도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한편 중국 정부는 그동안 추진하지 않은 토지 사용세를 새롭게 부과하기로 하면서 우리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은 외국기업과 로컬(토종) 기업 간 차별화를 하지 않는다는 명분을 앞세워 외국기업들에 토지사용세를 부과할 방침이어서 국내 기업들이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특히 국내 기업 중 중소기업 1만여 업체들은 토지사용세 부과규모만 연 900억원을 초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판 RoHS’로 한국 중기 ‘벼랑끝 위기’
중국은 세제개편에 이어 화학물질에 대한 환경규제(REACH)도 강화하면서 중국진출 국내 중소기업들의 행정규제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중국 정부가 EU에서 시행하는 환경규제 ‘RoHS’를 중국에서도 시행하면서 재무구조가 취약한 중소기업들마다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우리 중소기업들은 RoHS가 시행됐으나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관련 법규와 표준 시험방법조차 잘 모르고 있다.
중국이 전자정보제품 오염방지관리법과 법 시행을 위한 국가표준 3종을 제정·공포한 것은 세계 시장 선점 의도가 내포돼 있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예외 규정이 없고 중국 내 시험검사기관에서만 검증을 받아야 하므로 오히려 EU RoHS보다 한층 더 강화됐다.
중국 RoHS의 핵심은 3월부터 전자정보 제품으로 구분되는 11개 분야의 1400여 완제품 및 부품에 6대 유해물질(납·수은·카드뮴·6가크로뮴·브롬계 난연제 2종류)에 대한 함유량을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하는 생산자의 자기적합성 선언을 시행하는 것이다. 또 하반기에는 통합강제인증제도(CCC)와 같은 강제인증이 필요한 중점관리 품목이 선정되고 시험기관도 18개에서 26개 기관으로 확대될 예정이므로 전기전자 제품이 현지 생산액의 약 37%를 차지하는 우리나라 기업들로는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
중국의 국가표준 3종이 주는 내용적 의미는 그동안 EU RoHS에 주안점을 두어 국내외 표준에 따라 대응을 준비한 중소기업에 또다시 중국표준에 대응해야 하는 추가 부담이 생긴 것이다.
중국은 이미 강제인증제도 관리 규정에 근거해 가정용 전기제품, 정보기술장비 등 22개 분야 159개 품목에 대해 CCC마크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번 RoHS 시행에 따라 그 품목 수는 크게 늘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우리 중소기업들은 중국내 환경규제에 적응하기 위한 환경시스템을 구축하거나 아니면 공장을 베트남, 인도 등 제3국으로 이전시키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산업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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