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물가 불안에 대한 우려가 심상찮다.
유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데다 국제 원자재의 가격 상승여파가 올해 하반기 국내 시장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쳐 물가 불안을 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가 제품의 공급처로 전세계 인플레이션의 방파제 역할을 했던 중국의 임금인상 역시 국내 물가상승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중국이 수출품 부가세 환급을 축소키로 하는 바람에 국내로 수입되는 중국산 제품의 가격이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돼 중국산 제품이 국내 물가인상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각종 연구기관도 이르면 8∼9월부터 각종 물가인상 압박이 실생활에 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국제 원자재값 급등 영향 본격화
콩·밀·설탕 등 서민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곡물재료를 수입하는 업체들은 국제가격 급등락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대부분 선물거래를 하고 있다.
따라서 지난 4∼5월쯤 급등하기 시작한 국제 곡물가격의 영향이 이르면 오는 8∼9월쯤이면 국내 제품가격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식용유와 간장·된장 등 장류의 재료가 되는 콩의 경우 5월 t당 437달러로 지난해 평균 330달러보다 100달러 이상 치솟았다. 이 시기에 수입이 결정된 물량은 8월께 국내에 유입된다.
식용유의 재료인 콩은 1차 가공 후 간장의 원료가 된다. 이렇듯 원재료의 가격상승은 가공 과정을 거치면서 물가 상승의 도미노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설탕·밀·콩 등을 이용한 가공 식품들의 가격 인상은 시간문제라는 전망이다.
■중국발 인플레이션 압박도 직면
지난 10년간 세계의 공장노릇을 하며 인플레이션의 방파제 역할을 했던 중국에도 물가상승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의 5월 소비자물가는 예상치를 뛰어 넘은 3.4%를 기록했다. 대체에너지 개발로 옥수수 등 사료 가격이 인상됨에 따라 돼지고기값이 크게 올랐으며 이에 따라 근로자의 임금도 직상승하고 있다.
여기에 위안화 절상과 원화 강세도 물가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국내 물가안정에 큰 몫을 차지했던 중국산 저가 수입품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국산 제품들은 국내 저가 의류시장의 80∼90%를 차지하고 있고 김치 수입금액도 1조원을 넘어섰다. 또 할인점을 중심으로 판매되고 있는 소형가전 등 공산품도 대부분 중국산이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중국이 지난 18일 ‘수출입상품 환급세율 조정에 관한 통지’를 발표하고 2831개 상품에 대해 다음달 1일부터 수출증치세 환급률을 조정키로 해 제품의 수출가격이 인상될 수밖에 없다.
수출 증치세 환급은 부품이나 원재료를 구입할 때 낸 세금의 일정 비율을 완제품을 수출할 때 되돌려 주는 것이다. 유예기간없이 다음달 1일부터 시작되는 이번 조정에서는 의류, 신발, 완구, 가구 등 무역마찰 소지를 안고 있는 2268개 품목의 환급비율이 낮아졌다. 이와 함께 비료, 화공약품 등 553개 품목은 수출증치세 환급이 취소됐다.
이들 품목의 상당수는 국내 기업이 중국에서 생산, 제3국으로 수출하거나 국내로 반입하는 품목으로 원가부담이 크게 늘어나 장기적으로는 제품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짙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시장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중국에서의 임금인상, 수출증치세 환급 등이 한국 내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며 "그 영향력이 과거와는 달리 폭발적일 것"이라고 예견했다.
■‘8∼9월 물가상승 요인 많아’ 전망 다수
유가 등 국제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영향은 벌써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5월 가공단계별 물가 동향’에 따르면 원유·액화천연가스 등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원재료(0.6%)가 오름세를 보였고 중간재(1.1%)도 석유제품, 금속1차제품 및 화학제품을 중심으로 전월대비 1.1% 올랐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3.3%나 급등한 것이다.
원자재·중간재는 인플레이션 선행지표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에 따라 원재료·중간재의 가격은 4개월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여기에 곡물가까지 인상되면서 하반기 물가불안을 예고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최근 하반기 물가 불안을 전망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07년 하반기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하반기 물가상승률을 2.8%로 예상했다.
상반기 2.2%보다 0.6%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여 하반기 물가상승세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최근 유가상승 등의 불안요인이 상존하고 있으며 환율하락 효과가 축소되어 물가상승 압력이 거세다”고 말했다.
/hongsc@fnnnews.com 홍석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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