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시론] 글로벌 붐과 금리인상/최성환 대한생명 경제연구원 상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7.30 16:45

수정 2014.11.05 07:43

노르웨이가 4회, 영국과 뉴질랜드가 각 3회, 유로지역과 대만 등이 각 2회, 한국과 일본 등이 각 1회. 올 들어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정책금리를 인상한 횟수다. 미국은 지난해 6월까지 2년에 무려 17차례나 정책금리를 올린데 이어 올 들어서도 추가 인상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7월 11개월 만에 금리 인상 대열에 동참했다.

이처럼 미국을 비롯한 13개 선진국(단일통화 유로를 사용하는 유로지역을 13개 국가로 볼 경우 25개국)의 정책금리는 단 한 나라도 빼지 않고 인상 중이다.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인상하는 이유는 높은 성장률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물가상승 압력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7월 말 최근 세계 경제를 ‘글로벌 붐(Global Boom)’이라고 부르면서 올해와 내년의 전 세계 성장률을 기존의 각각 4.9%에서 각각 5.2%로 올려 잡았다. 1970년대 초반(1970∼1973년) 연평균 5.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게다가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의 상승에 따른 물가 위협은 여전한 가운데 2001년 이후 초저금리가 유지되면서 풀려나간 과잉 유동성이 주식 및 부동산 시장과 원자재 시장 등에서 거품을 일으키고 있다는 게 중앙은행들의 판단이다.


그러나 나라에 따라 금리의 인상 속도는 물론 수준도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7월 말 현재 주요 선진국 중 정책금리가 가장 낮은 일본(0.5%)과 가장 높은 뉴질랜드(8.0%)는 무려 7.5%포인트의 차가 나고 있다. 이에 따라 금리가 낮은 일본을 빠져나와 전 세계를 상대로 떠돌고 있는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최고 1조달러에 이른다는 추산이다.

여기다 미국의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는 글로벌 유동성 증가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2000년에 4000억달러를 넘어선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이후 해마다 급증해 지난해에는 8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이 바람에 전 세계 외환보유액은 2000년 2조달러에서 지난해 5조달러를 넘어섰다. 뿐만 아니라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오일머니와 원자재머니 또한 공격적으로 전 세계를 향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엄청난 규모의 부동자금이 전 세계 금융 및 부동산 시장 등에 미치는 폭발력이다. 이들 부동자금은 금리와 위험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이 시장 저 시장을 빠른 속도로 넘나들면서 시장을 교란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엔 캐리트레이드 자금이 일본으로 되돌아가는 흐름이 발생할 경우 엔화 가치는 갑자기 강세로 돌아서게 될 것이다. 달러 등을 팔고 엔화를 사들일 것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엔 캐리트레이드 자금이 빠져나오는 해당국의 주식, 채권, 부동산 시장은 급락세로 돌아서면서 금융 위기를 겪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6월 국제결제은행(BIS)이 엔 캐리트레이드가 전 세계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엔 캐리트레이드의 경우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에 매우 소극적이어서 당분간 방향성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과잉 유동성과 외환보유액, 오일머니도 점진적으로 양에 변화가 온다면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금융시장의 특성은 여차하면 한 순간에 방향이 달라진다는데 있다.

98년 미국의 대형 헤지펀드 LTCM이 러시아의 갑작스러운 모라토리엄(외채상환연기) 선언으로 파산 위기에 빠져들었다. 러시아 등 신흥 시장국과 미국 등 선진국간의 금리 차를 노리고 신흥 시장국 채권에 대거 투자했지만 졸지에 휴지조각이 되다시피하면서 유동성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었다.
초대형이기는 했지만 헤지펀드의 투자 실패에 중앙은행(FRB)이 구제금융을 주선하는 동시에 금리를 2개월 사이에 세 번이나 인하할 정도의 후폭풍을 가져왔다. 또 주가가 급락하고 엔화 가치는 불과 20여일 사이에 15% 급등하는 등 요동을 쳤다.
최근 들어서는 지난 7월 말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 우려가 다시 불거지면서 뉴욕 증시에 이어 전 세계 증시가 동반 급락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주요국의 금리 인상 동향은 물론 글로벌 유동성의 움직임에도 눈을 떼지 말아야 하는 이유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