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 극장가를 휩쓴 블록버스터 ‘다이하드 4.0’은 신바젤협약과 밀접한 이야기 전개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아날로그형 형사인 존 맥클레인은 해커의 국가 시스템 파괴 공작을 무산시키는 역할을 맡는다. 해커는 ▲1단계는 교통기관 시스템 마비 ▲2단계는 금융·통신 전산 장애 ▲3단계는 가스·수도·전기·원자력 체계 점령이라는 3단계 ‘파이어 세일’ 작전을 펼친다. 해커의 마지막 목표는 미국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만든 금융정보 백업 안전장치를 장악해 미국 금융 자산을 소유하는 것이다. 이 장치 안에는 은행,월스트리트,정부채권,기업 정보 등이 총망라돼 있다.
신바젤협약의 핵심 규제사항 가운데 새롭게 포함된 운영리스크는 이처럼 광범위한 천재지변에 의한 재난에 따른 금융위험까지 리스크 범위로 간주한다. 내부 통제방식 뿐만 아니라 고도의 측정을 요구하는 내용을 운영리스크에 담고 있어 국내 은행들도 준비작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천재지변도 예측하는 운영리스크
국제금융계에서는 전통적으로 신용 및 시장 리스크가 은행의 주요 리스크로 인식됐다. 그러나 신바젤협약에서는 운영리스크도 중요한 리스크 요인으로 간주된다. 이에 국내에서도 최저 자기자본규제에 해당하는 ‘필라1’ 범주내에 신용리스크 분야는 기존보다 개선하는 수준에서 준비하고 시장리스크는 기존 방식을 유지하는 선에서 대비하고 있지만 운영리스크는 이번에 새로 포함됐다.
운영리스크를 전산시스템의 붕괴, 직원의 사기 및 횡령, 부정확한 회계처리, 파업 등에 따른 손실 발생때 리스크량을 측정해 자기자본을 보유토록 하자는 것이다.
국내에서 직원의 사기나 소송과 관련된 운영리스크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이 국민·신한·우리·하나·외환·기업 은행 등 6대 시중은행의 2003년 1월1일∼2005년 12월31일까지 직원 횡령이나 각종 소송 등과 관련해 3년 간 손실액 100만원이상의 운영리스크 사고를 분석한 결과 6861건의 사고가 발생, 손실금액만도 총 1823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발생 요인별로는 은행내부 요인보다 은행계 카드사 고객들의 카드 분실사고 등 은행 외부적 요인으로 인한 사고가 5793건으로 많았다.
인력, 프로세스(업무진행 과정), 시스템(전산업무 체계) 등으로 구분해 본 내부 요인 중에는 내부직원의 횡령, 유용 등 인력요인 으로 인한 사고가 946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프로세스(107건) 와 시스템(14건) 요인 순이었다.
이에 각 시중은행은 운영리스크의 중요성을 감안, 각 영업점까지 ▲내부통제 강화를 통한 리스크 발생 사전 차단 ▲여신심사 및 사후관리 강화 ▲위험가중치를 고려한 여신활동 전개 ▲영업점장 전결 금리의 탄력 적용 ▲자기자본 확대 노력 강화 등도 깐깐히 연계해 점검하고 있다.
■선진화가 운영리스크도 증대
최근 금융거래량의 증가,복잡한 금융상품의 등장, 정보기술(IT) 의존도 심화,소송의 증가가 더욱 심화되면서 운영리스크에 대한 관심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세계 각국에서도 베어링사의 파산과 같은 내부통제 미흡에 기인한 일련의 금융사고를 계기로 운영리스크의 측정,관리기법을 개발하고 이를 자체 자본적정성 평가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베어링은행 파산의 전모는 이렇다. 지난 1995년 2월26일 한때 영국 왕실의 자금을 관리하던 233년 전통의 베어링(Barings) 은행이 파산하면서 영국 금융가는 패닉에 빠졌다. 파산의 주범은 싱가포르 베어링사 선물거래부에 소속된 당시 28세의 선임 트레이더였다. 그는 파생상품 거래로 은행에 13억달러의 손실을 입혔다.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회사에 상당한 수익을 챙겨줄 만큼 인정받았던 그는 위험한 거래를 은폐한 채 고수익 거래를 추구하다가 결국 회사 전체를 위기로 몰아 넣었다.
이같은 흐름을 반영해 바젤위원회는 운영리스크를 자본규제 대상에 포함하고 은행들이 기존 신용,시장리스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리스크 관리체제를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운영리스크는 신용 및 시장리스크와 달리 명시적인 익스포저가 없고 데이터도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계량화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계량화 기준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대신 리스크관리, 통제절차 구축,경영진의 역할과 같은 질적 기준을 보다 강조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jjack3@fnnews.com 조창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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