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즐거운 추석] 뮤지컬 vs 뮤지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9.18 15:52

수정 2014.11.05 00:43



추석 연휴에도 배우들은 쉬지 않는다. 추석 대목을 맞아 관객몰이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관객들로부터 가장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뮤지컬 무대에서도 ‘쇼는 계속된다’. 오히려 공연 횟수를 늘리고 티켓 값을 할인해주는 등 추석맞이 특별 이벤트가 각 공연장마다 한창이다. 기생과 광대 이야기를 그린 창작 뮤지컬에서부터 브로드웨이 고전 뮤지컬까지 다양한 뮤지컬 세계에 빠져보자.

◇해어화 VS 공길전=아무래도 명절에는 사극이 제격이다. 서울 서초동 한전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해어화’와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만날 수 있는 ‘공길전’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해어화’는 일패 기생이, ‘공길전’은 궁중 광대가 주인공이다. 그러나 극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기생으로 살아가야 하는 한 여인의 엇갈린 사랑과 꿈을 그리는 ‘해어화’는 퓨전을 선택했다. 전통 한복 대신 개량 한복으로 한껏 멋을 내고 음악은 대중가요처럼 친숙하고 서정적인 멜로디로 채웠다. 이에 비하면 ‘공길전’은 전통을 고수한 쪽에 가깝다. 제작진은 “배우들이 나훈아의 트로트 창법으로 노래할 것”이라고 했지만 소학지희(笑謔之戱·조선시대의 풍자적 연극)를 바탕으로 한 만큼 전통의 색채가 강한 편이다.

‘해어화’는 추석연휴 기간인 22∼26일 공연의 모든 좌석을 4만원에 판매하는 특별 이벤트를 펼친다. 기존의 R석(7만원)과 VIP석(10만원) 가격을 감안하면 할인 폭이 무려 40∼60%에 이르는 셈이다. 또 영화 ‘왕의 남자’의 뮤지컬 버전인 ‘공길전’은 23∼26일 공연을 부모와 자녀가 동반 관람할 경우 5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메노포즈 VS 한밤의 세레나데=‘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덕담이 있지만 적어도 기혼 여성에게 이 말은 위선(僞善)이다. ‘명절 증후군’으로 머리가 지끈지끈한 여자들을 위한 ‘뮤지컬 해방구’가 있다. 40∼50대 폐경기 여성들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담아낸 ‘메노포즈’와 순대국집 모녀의 사랑을 가슴 뭉클한 감동으로 그려낸 ‘한밤의 세레나데’다. 서울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절찬 공연 중인 ‘메노포즈’는 명절을 핑계로 오랜만에 만난 중년의 자매와 시누이 올케가,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 소극장 무대에 오르고 있는 ‘한밤의 세레나데’는 명절을 그저 ‘빨간 날’로 치부하는 딸과 과년한 여식(女息) 때문에 고민이 많은 엄마가 동반 관람하면 안성맞춤할 듯하다. 귀에 익숙한 60∼80년대 팝송이 재미를 더하는 ‘메노포즈’는 중년 여성이면 누구나 겪는 신체적·심리적 고민을 콕콕 집어내 속을 후련하게 하고, 30대 싱글 여성 3명이 제작자로 참여한 ‘한밤의 세레나데’는 ‘엄마 뱃속의 딸, 딸 가슴 속 엄마’ 같은 노래로 관객의 가슴을 콕콕 찌른다. ‘메노포즈’는 25∼26일 낮 공연을, ‘한밤의 세레나데’는 26일 낮 공연을 추가했으며 ‘한밤의 세레나데’ 경우는 모녀 관객에게 표값을 50% 깎아준다.

◇난타 VS 점프=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으로 자리잡은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와 ‘점프’도 추석을 맞아 온 가족이 함께 관람하기에 적합한 공연이다. 신나는 타악 연주만으로 주방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려나가는 ‘난타’나 태껸 등 전통 무술의 고수로 이뤄진 무술 가족의 한바탕 소동을 코믹하게 엮은 ‘점프’는 누가봐도 웃음을 터뜨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점프’에는 애교만점 할아버지, 티격태격하는 부부, 술 좋아하는 삼촌 등 대가족이 등장해 추석을 맞아 오랜만에 얼굴을 맞댄 가족 단위 관객의 세대별 만족도에도 큰 격차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용극장을 갖추고 장기 공연 중인 ‘난타’와 ‘점프’는 서울 정동 난타 전용관과 강남 우림청담씨어터, 서울 종로3가 IBK 점프 전용관에서 각각 만날 수 있다.

추석 당일에도 두 차례씩 공연하는 ‘난타’는 20∼40% 할인된 가격으로 3∼5인 가족권을 별도 판매한다. ‘점프’도 4인 가족이 사용할 수 있는 ‘한가위 점프 가족 패키지’를 25% 할인된 가격에 내놓았다. 또 ‘점프’는 생활한복 전문업체인 돌실나이와 손잡고 공연 유료 티켓을 소지한 고객에게 10% 에누리 혜택을 제공하는 추석 특별 이벤트를 실시한다.

◇시카고 VS 스위니 토드=명절을 맞아 좀 럭셔리한 분위기에서 문화나들이를 즐기기를 희망하는 관객에게는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시카고’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르는 ‘스위니 토드’ 등 두 편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추천한다. 최정원·배해선·옥주현 등 3명의 여배우가 번갈아가며 무대에 오르는 ‘시카고’는 지난 1975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밥 포시의 작품으로 몸매를 그대로 드러낸 관능적인 의상과 파격적인 안무로 유명하다. 1920년대 미국 쇼비즈니스계를 무대로 펼쳐지는 얽히고 설킨 치정극이 명절 분위기와 썩 어울려 보이지는 않지만 무대 위에 모습을 드러내는 재즈 밴드의 라이브 연주와 여배우들의 화려한 춤은 관객의 흥을 돋우는데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내용만 놓고 보면 ‘스위니 토드’ 역시 명절용은 아니다. 19세기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억울한 감옥살이를 하고 돌아온 이발사 스위니 토드가 벌이는 핏빛 복수극을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풀어낸 이 작품을 고전 반열에 올려놓은 것은 100% 스티븐 손드하임의 음악 때문이다.
지난 1979년 초연 당시 토니상 8개 부문을 휩쓸며 ‘오페라에 가장 가까운 뮤지컬’이라는 평가를 얻은 ‘스위니 토드’는 뉴욕시티오페라단에 의해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jsm64@fnnews.com 정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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