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유동성 딜레마 키운‘보상비 30조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10.03 18:05

수정 2014.11.04 23:03



지난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각종 개발사업을 하면서 지출한 보상비가 3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5년보다 73%나 증가한 사상 최대 규모로 이중 토지보상비는 26조원을 넘는다. 지난 2002년 처음 10조원을 돌파한 보상비가 4년 만에 3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주택이나 도로 건설 등 수요가 늘어난 탓이지만 과도한 개발계획이 보상비 규모를 늘리고 결과적으로 부동산 가격 급등을 불러왔다는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필요에 따라 사회간접자본투자를 늘리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니 단순히 보상비 규모가 크다고 비판하기는 어렵다.
도로, 공업·산업단지, 댐 건설 등 꼭 필요한 사업에는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하고 이를 위해 보상비가 지급되는 것도 당연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과도한 주택사업이다. 지난해 전체 토지보상비 중 주택사업과 관련한 규모는 15조2013억원으로 전체의 56%를 차지했다.

토지 보상비는 개발지역 인근의 부동산 가격을 급등시키는 주 요인이라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경기 판교신도시 개발에 따라 인근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예가 있다. 보상비를 받은 토지 소유자들이 금융자산으로 보유하기보다는 개발지역 부근의 토지를 구입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보상비 중 일부를 현금 대신 토지로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토지 보상비는 부동산 가격 폭등뿐 아니라 시중 부동자금 규모를 키우는 데도 한몫하고 있다. 부동자금 규모는 500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토지 보상비 규모가 전체 부동자금의 10%에 육박하는 셈이다. 적절한 투자 대상을 찾지 못한 부동자금 규모의 증가는 우리경제를 유동성 딜레마에 빠지게 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올해 토지 보상비 규모가 지난해보다 훨씬 클 것이 확실하고 각종 개발계획이 취소되지 않는 한 앞으로도 줄어들 가능성이 작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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