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자현미경 분야에서 미국의 비코사와 어깨를 겨루고 있는 국내 벤처기업 ‘파크시스템스’. 파크시스템스의 박상일 사장은 원자력간현미경(AFM)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미국 스탠퍼드대 켈빈 퀘이트 교수의 연구실 출신으로 지난 97년 국내 창업 이래 고성능 원자현미경 분야에서 입지를 다져 왔다.
물체의 형상을 나노(10만분의 1미터) 수준에서 측정·분석·제어할 수 있으려면 나노 수준의 형상을 볼 수 있는 현미경이 필수적이다. 나노를 볼 수 있는 현미경이 있었기에 현재의 나노산업이 탄생될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현미경은 원자현미경(SPM·Scanning Probe Microscope)이라 불리며 지난 1988년에 처음 등장했다. 원자현미경은 아주 작은 탐침을 시료 표면에 접근시키고 시료와 탐침 양쪽에 전기를 걸어 양자역학적 터널링 현상으로 전류가 흐르는 특성을 이용해 물체를 나노미터 단위로 측정한다.
원자현미경은 대기 중에서도 사용이 가능하고 물체의 형상뿐만 아니라 시료의 전기적, 자기적, 기계적 특성들도 측정할 수 있어서 반도체,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액정표시장치(LCD)는 물론 재료공학, 정밀화학, 분자생물학 등 나노기술 연구에 널리 쓰이고 있다.
현재 원자현미경시장은 비코가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제품력이나 기술력에 있어서는 파크시스템스가 훨씬 앞선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100% 우리 기술 세계최고 나노 계측장비
특히 파크시스템스가 2002년 개발한 원자현미경인 ‘XE-100’은 기존의 원자현미경에 비해 기본구조부터 다른, 매우 진화된 제품이라는 설명이다.
탐침이 전후좌우로 자유롭게 움직이는 방식으로 기존 원자현미경처럼 상이 일그러지지 않고 측정 시간도 2, 3분으로 줄였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박상일 사장은 “우리의 제품은 선진국 제품을 국산화한 차원이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나노 계측장비를 한국에서 개발했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뛰어난 품질을 내세우고 있는 파크시스템스의 원자현미경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 하버드대, 매사추세츠대, 중국 칭화대 등 세계 20여개국 학교와 연구소에 공급되고 있다.
또한 이 회사는 미국, 일본 회사를 제치고 2005년 일본TDK의 자회사인 SAE 납품에 성공했다. 이어 최근 세계 최대의 하드디스크 제조회사인 시게이트와 히타치에 차세대 원자현미경 XE 시리즈를 납품하게 됐다.
국제적으로 기술력이 인정받으면서 매출액 역시 점진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해 매출 92억원을 올린 데 이어 올해 120억원 달성이 예상된다.
■나사, 시게이트, 히타치 등에 납품
박상일 사장은 “세계 원자현미경 시장은 현재 2000억원 수준이지만 오는 2010년 5000억원 규모로 커질 것”이라며 “선진국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일 것이며 2010년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파크시스템스의 매출액 중 905는 대학·연구소 등에 공급하는 연구용 원자현미경이다. 하지만 올해에는 산업용 원자현미경의 매출비중을 20% 선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박상일 사장은 “산업용 제품이 생산공정에 투입돼 성능이 입증되면 공장이 설립될 때마다 추가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며 향후의 매출확대에 있어서도 자신감을 나타냈다.
또한 해외에도 자사제품의 우수성을 적극 알려 해외매출 비중을 더 키울 생각이다. 국내 연구용 원자현미경 분야에서의 시장점유율이 70% 정도 되지만 해외시장에서는 아직 5%에 불과해 성장여력이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파크시스템스의 외형적인 성장곡선은 완만한 편이다. 하지만 회사의 기반은 탄탄하게 닦였다는 평가다.
박사장은 “파크시스템스는 안정적인 매출과 수익성을 가지고 있어서 앞으로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세계 최고수준의 고급 인력들이 모여 있고 이들의 열정이 대단한 만큼 나노 계측분야에서 글로벌 1위 기업으로 발돋움할 날이 꼭 찾아올 것”이라고 비전을 설명했다.
또한 “밀려오는 나노기술의 파도를 잘 골라서 적기에 올라타면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으로 발돋움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yscho@fnnews.com 조용성기자
■사진설명=세계 정상급 기술력을 보유한 나노 계측기기 업체인 파크시스템스의 박상일 사장과 임직원들이 자체기술로 개발한 원자현미경으로 구현된 나노입자의 상태를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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