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 끝에 닿기만 해도 달콤함이 온몸에 퍼지는 아이스 초컬릿의 칼로리는 360kcal. 여기에 달콤한 생크림을 듬뿍 얹고 초컬릿 시럽까지 뿌리면 490kcal. 푸짐한 돌솥 비빔밥에 견줄만한 열량이다.
몸매에 민감한 여성이라면 선뜻 손이 안갈 메뉴. 하지만 살찌기로 작정한 두 배우는 ‘크림 좀 더 얹어달라’고 말한다.
올해 스물여덟 살인 방진의와 다섯살 아래의 왕브리타. 이들은 오는 16일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헤어스프레이’의 주인공 트레이시 역에 더블 캐스팅돼 뚱뚱하고 꿈많은 소녀로 변신하고 있는 중이다.
■날씬한 그녀의 이야기
보는 사람마다 살 좀 찌라며 한마디씩 한다면 기분이 어떨까.
“어유, 정말 지겹게 들은 말이에요.”
원숭이띠 배우 방진의는 선천적으로 마르고 키가 크다. 암만 많이 먹어도 도무지 살이 찌지 않는다니 얄미울 정도로 축복받은 몸매다.
하지만 뮤지컬 ‘헤어스프레이’의 주인공으로 낙점되자 그 몸매가 문제가 됐다. 도무지 주인공 트레이시의 분위기가 나지 않기 때문. 결국 그는 라텍스로 온몸을 감싼 채 무대에 서야 한다.
“딱 한번 입어봤어요. 얼마나 더운지 아세요?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서있어도 등줄기에 땀이 줄줄 흘러요.”
그 때문에 그가 가장 걱정하는 건 체력이다. 2시간30분동안 깡총 깡총 뛰며 온 무대를 휘젓고 다녀야 하는데 무거운 분장과 의상을 견뎌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땀을 워낙 많이 흘리니까 나트륨이라도 챙겨 먹으란 조언을 들었어요. 그렇게라도 해야죠. ”
이렇게 ‘전투적으로’ 무대에 서야 하는 그녀기에 동료배우인 왕브리타가 참 부럽다.
“왕브리타의 장점은 모든 걸 즐긴다는거에요. 공연을 위해 연습하는게 아니라 그냥 노래하고 춤추고 그 자체를 즐겨요. 배울 점이죠.”
배우 방진의는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해 스물한 살에 뮤지컬 ‘드라큘라’로 데뷔했다. 고등학생 때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본 순간 완전히 넋이 나가 뮤지컬 배우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게 지금의 그녀를 만들었다.
“저를 두고 하는 말이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배우’래요. 하하하. 제가 그렇게 많이 망가졌나요?”
하늘하늘한 몸매에 어울리지 않게 낮고 굵은 목소리를 가진 그는 정말 그랬다. 예뻐보이는 것 따위엔 별 관심없는 털털한 모습. 아마 트레이시가 독하게 다이어트를 했다면 꼭 방진의 같았을 게다.
■통통한 그녀의 이야기
이름부터 특이한 왕브리타. 사실 그를 처음 봤을 땐 예상보다 날씬하단 느낌이 들었다. 더블 캐스팅된 방진의에 비해 통통한 것 뿐이지 그 역시 진짜 트레이시가 되려면 한참 먼 몸매다.
“전 그냥 몸매에 신경을 끊으면 뚱뚱보가 되요. 살찌는게 뭐 어렵나요.”
이제 막 스물 세 살인 그는 풍기는 인상부터 이국적이다.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학창시절을 보냈단다. 밝은 색으로 염색한 머리와 검은색 숏팬츠는 그만의 발랄한 느낌을 한껏 살려주고 있었다.
“초등학생 때 뮤지컬 ‘애니’를 보고 몇 달간 ‘애니’ 노래만 흥얼댔죠. 뮤지컬 배우가 되겠다고 굳게 마음먹었어요. 그러려면 노래를 잘해야 할 것 같아서 뉴욕대 성악과에 진학했죠.”
그가 한국에 처음 온건 지난해다. 뮤지컬 ‘명성황후’에 앙상블에 출연한게 데뷔 무대였다. 그러곤 올해 가수 유영석이 만드는 창작뮤지컬 ‘러브 인 카푸치노’에 합류했다.
‘헤어 스프레이’는 그에게 세번째 작품. 대형 라이선스의 여주인공으로 낙점된 기쁨만큼 부담도 크다.
“제 강점은 미국적인 정서를 잘 알고 있다는 거죠. 진의 언니요? 저보다 훨씬 화려한 경력을 가졌지만 저를 친구처럼 대해줘서 참 좋아요. 애 취급하는건 정말 싫거든요.”
/wild@fnnews.com 박하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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