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는 산기슭 기암괴석에 똬리를 튼 대권반점(大權飯店). 밥상 앞에 MB(이명박) 도사와 DY(정동영) 도사가 마주 앉았다. 상 위엔 수저만 덩그러니 놓여져 있었다. 식욕이 왕성했는지 두 도사는 번득이는 숟가락만 만지작거렸다. 괴는 침도 연방 삼켰다.
대권반점의 주모는 괴짜. 식객들의 음식값을 쏠성싶은 손님에게 밥을 마구 퍼주는 요상한 버릇이 있어서다. 그러나 밥솥에 남은 밥은 달랑 한 그릇 분량. 주모의 시름은 깊어갔다. 그 사이 식객들도 불어났다. KH(문국현), YJ(이인제), YK(권영길) 도사 등이 줄을 이었다.
상 위에 밥과 찬이 올랐다. MB의 밥그릇엔 절반 이상의 밥이 채워져 있었다. 5분의 1은 DY에게, 30% 남짓은 나머지 식객들에게 돌아갔다. MB는 쾌재를 불렀다.
순간 전화 한 통화가 날아들었다. 식객들은 눈을 희번덕거렸다. 전화 벨소리가 왠지 예사롭지 않아서다. 모두가 주모의 입을 응시했다. BBK 외국 손님이 곧 도착한다는 전갈이었다. 주모는 혀를 끌끌 찼다. 입맛을 다시던 몇몇 식객들은 들었던 수저를 놓았다.
술렁거림도 잠시. 창(昌) 도사가 돌연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미리 준비해둔 듯한 밥그릇과 수저를 세트째 들고 나타난 창 도사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창 도사는 이 곳 단골손님. 이번이 세번째다. 주모는 또다시 주걱을 치켜들었다.
창의 귀환으로 대선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해몽은 제각각이다. 불청객 BBK는 MB의 천적인 밥도둑.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BBK는 창의 대선출마설에 묻혔다. MB는 그래서 창을 BBK를 물리쳐 줄 원군으로 애써 해석했다. BBK가 식욕이 떨어질쯤 창에게 넘겨준 밥을 다시 되돌려받을 수 있을 거라고 철석같이 믿었다.
창의 입은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하마로 변해 있었다. 밥풀 몇 알에 불과했던 창의 밥그릇이 ‘출마설’로 입 한번 벙긋했는데 30%를 채우고 있다. 더 무서운 건 벌써부터 식객들의 밥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군소후보들이 창쪽으로 몸을 기대면서 표심이 출렁대고 있는 것이다.
/joosik@fnnews.com 김주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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