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사랑하는 당원 동지 여러분!
1997년 11월 7일, 이회창씨는 조순 전총재와 함께 우리 한나라당 창당에 합의했었습니다.
어제가 한나라당의 사실상 열 번째 생일이었습니다.
하기에 오늘 저는, 더 분하고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이회창씨가 우리 한나라당의 생일날 한나라당을 기어이 버렸습니다.
창당 주역이 오히려 당에 총부리를 겨누었습니다.
두 번이나 대통령 후보로 나섰던 분입니다.
그런 분이 동지들 등에 비수를 꽂고 떠났습니다.
두 번 대선에서 끼니를 거르고 새우잠마저 자면서 자신을 위해 헌신했던 동지들을 이렇게 배신할 수 있겠습니까.
자신 때문에 천막치고 절치부심했던 그 처절한 역사를 벌써 잊었단 말입니까.
‘나를 밟고 지나가라’고 하지는 못할망정, 우리 한나라당을 짓밟고 사심을 채우겠다니 말이 됩니까.
누구가 봐도 이것은 세상을 분열시키는 것이다. 세상을 비참하게 만드는 것이다.
국정파탄세력의 정권 연장을 도와주는 이적행위입니다.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우리 국민들을 편가름 하는 것이다.
좌파정권에 길을 터준 장본인이면서, 오히려 반좌파세력의 편을 가르고 힘을 빼는 얼빠진 짓을 하고 있습니다.
최소한의 명분과 절차도 없이 정계은퇴 약속을 뒤집는 노욕입니다.
‘잃어버린 10년’과 ‘거꾸로 간 5년’을 되찾으려는 국민 열망을 짓밟고 역사에 죄를 짓는 것입니다.
이회창씨 출마는 역대 대통령과 후보들이 저지른 온갖 구태정치의 종합완결판입니다.
첫째, 김대중 前대통령의 정계은퇴 약속 번복,
둘째, 노무현 대통령처럼 자신이 출마했던 정당에 대한 해코지와 탈당,
셋째, 이인제 후보의 97년 경선 불복까지 모두 한꺼번에 포개놓은 종합판입니다.
엄밀히 따지면, 그보다도 훨씬 더 질이 나쁩니다.
김 前대통령은 네 번째 도전할 때, 적어도 이적행위는 하지 않았습니다.
노 대통령이 민주당을 떠나긴 했지만, 대선에서 승리한 후입니다.
이인제 후보는 그래도 우리 후보가 한참 고전할 때 경선에 그래도 참여했다가 뛰쳐나갔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은 상대를 압도하고 있지 않습니까.
도대체 왜, 무엇 때문인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국민에게 주는 감동도 없고, 자신의 당선 가능성도 없고, 전혀 없는 무모한 짓을 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명분도 없고 실리도 없이 “섶을 지고 불로 뛰어드는” 까닭이 무엇입니까.
경선에서 낙선하면 출마하지 못하도록 선거법이 바뀌었습니다.
이거 왜 바뀌었나, 바로 경선불복 피해자였던 이회창씨 이후에 우리가 그렇게 고친 것입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다고 해서 우리가 고친 것입니다.
그 입법취지를 헤아리면, 평당원도 예외가 아닙니다. 비록 투표를 했는지 여부는 떠나서 이회창씨는 당원자격으로 사실상 경선에 참여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예비후보로 나서지 않은 것은 후보가 되기를 스스로 포기한 것으로 우리가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당이 선출한 후보를 힘껏 밀어주기로 약속한 것과 다름없습니다.
이것은 우리 한나라당 당헌의 정신이기도 합니다.
아니, 상식입니다.
지금 출마선언은 마라톤 결승점 앞에서 느닷없이 끼어들어 새치기하는 파렴치한 일입니다.
한 마디로 무임승차 아닙니까.
자신이 만든 정당의 근본을 부정하는 쿠데타입니다.
편법을 넘어서 탈법입니다.
그리고 변칙을 넘어서 반칙입니다.
탈법과 반칙에 의존해서 ‘법치혁명’을 하겠다니 말이 됩니까.
분열과 반목을 자초한 사람은 화해와 통합을 말할 자격이 없습니다.
구태정치를 답습하면서 정치개혁을 말한들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지난 두 차례 대선에서, 온 당원은 쪼들리는 살림, 얇은 지갑 털어서 선거자금을 댔습니다.
시간을 쪼개가면서 발이 부르트도록 뛰었습니다.
그러고도 이회창씨는 두 번씩이나 패장이 됐습니다.
당도 잘못을 면할 순 없지만, 가장 큰 책임은 역시 후보인 장수에게 있는 것 아닙니까.
그러다가 지금도 낯이 화끈거리는 ‘차떼기’가 뒤늦게 들통이 났습니다.
우리 한나라당 당원은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었습니다.
명함조차도 건넬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는 박근혜 전대표를 중심으로 멀쩡하던 당사를 팔고 천막당사로 옮겼습니다.
천억 원이 넘는 연수원도 국가에 헌납했습니다.
‘그 놈의 차떼기’ 오명을 씻기 위해서 석고대죄하면서, 그야말로 와신상담을 했습니다.
지난 총선에는 물갈이도 큰 폭으로 했습니다. 지금도 눈물이 납니다.
애꿎은 사무처 당직자 150 여명을 내보낼 땐 피눈물을 흘렸습니다. 저도 대표가 된 후에 인명진 목사를 윤리위원장으로 임명해서 ‘부패’ 근처에만 가도 읍참마속, 일벌백계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한나라당 간판만은 내리지 않았습니다.
공과 과를 떳떳이 심판받자고 다짐했습니다.
5년이 흐른 지금, 우리 한나라당 지지율은 50%에서 왔다갔다하고 있습니다.
어렵사리 밥상을 차려 놓으니까, 뒤늦게 숟가락 들고 달려드는 것 아닙니까.
“나라만 독립된다면 문지기가 돼도 좋다”고 하신 白凡선생이 새삼 존경스럽습니다.
이회창씨 ‘출마의 변’은 어찌 그리도 국정파탄세력의 선동과 빼다 박았습니까.
철저하게 검증받은 우리 후보를 근거 없이 음해하는 바로 그 논리입니다.
이회창씨는 그토록 미워하던 공작정치를 스스로 따라가고 있습니다.
욕하면서 닮아가고 있습니다.
이제 그는 정권 교체 후원자가 아니라 훼방꾼으로 전락했습니다.
버팀목이 아니라 디딤돌이 아니라 걸림돌로 바뀌었습니다.
順天者는 흥하고 逆天者는 망하기 마련입니다.
사랑하는 당원 동지 여러분!
이제 우리는 더 굳게 뭉쳐야 합니다.
지금 우리에겐 뺄셈이 아니라 덧셈, 나아가서 곱셈의 정치가 절실합니다.
“새는 날개가 두 개라야 날고, 수레는 바퀴가 두 개라야 굴러갑니다(鳥之兩翼 車之兩輪).” 두 날개가 무엇인지 두 바퀴가 무엇인지는 제가 설명 안해도 다압니다. 이명박 후보, 박근혜 전대표 그리고 우리 모두가 다 단합해야 합니다.
이명박 후보의 한반도 대운하처럼 우리 한나라당에도 마음의 대운하가 절실합니다.
대운하의 물길처럼, 온 당원 마음도 하나로 이어져 소통되어야 합니다.
모두가 이명박 후보를 도구로 써서 ‘대선 승리’라는 같은 꿈을 이루고, 일사불란하게 뛰어야 합니다.
물리적 결합이 아니라 화학적 융합이 되어야 합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우리는 경선도 멋지게 치루고 우리에게는 저력이 있다. 국민여러분께 호소합니다. 우리는 반드시 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습니다.
“같은 배에 타서 위급한 경우를 만나면 서로 돕는 게 순리입니다(同舟相救).”
단합이 최고의 무기요, 최상의 비법입니다.
만의 하나, 이회창씨와 내통하는 인사가 당내에 있다면 해당행위자로 단호히 대처할 것입니다.
요사이 느닷없이 당권-대권 분리 얘기가 나옵니다.
제가 알아보니까 어느 쪽도 그 문제를 가지고 이슈를 만들고 있지는 않다고 봅니다. 박전대표가 계실 때 온 당원의 뜻을 담아서 당헌을 만들고 그 정신에 따라서 박대표가 살신성인의 자세로 대표직을 일찍 내놓고 조기퇴진 했습니다. 대권-당권 분리는 당헌·당규대로 따르면 됩니다. 대표인 제가 시원찮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왜 논란이 일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대선 때까지는 지금 현재 있는 당헌 당규에 따라 당연히 후보가 당무에 우선권을 가집니다. 그래서 저는 절제하고 후보 중심으로 당을 이끌고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 당헌의 정신입니다.
당무의 초점을 맞추어서 선거가 치루어져야 맞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대선이 끝나면, 대통령 당선자는 청와대에 가실 것입니다. 대통령도 당무에 일절 관여하지 못합니다.
공천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닙니다.
외부인사가 30% 넘게 많이 참여하는 공천심사위원회가 거의 전권을 행사할 것입니다.
당대표도 그런 문제에 일일이 심사에 관여해서 이사람 해라, 저사람 해라 할 수 없는 것입니다. 더더구나 한 발 뒤에 있는 청와대에 들어간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서 절대 관여할 수가 없습니다.
심사기준도 최대한 객관적으로 만들 것입니다.
경선에서 누구를 지지했는지 그것은 잣대가 될 수 없습니다. 지금부터 누가 열심히 하는지 누가 자격이 있는지 그것이 잣대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 한나라당에는 계보도 없습니다.
진골도 성골도 없습니다. 살생부도 ‘쉰들러 리스트’도 없습니다. 우리가 피해 의식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내년 7월 임기가 끝나는 당대표로서, 18대 총선 공천에 이러한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이명박 후보나 박근혜 前대표께서도 저의 입장에 100% 공감하실 것으로 믿습니다.
오는 11월 21일 창당 10주년에는 한나라당을 위해 헌신해오신 모든 분들, 개국공신들을 모두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제2의 창당’ 각오를 새롭게 다져나가겠습니다.
지난 10년 창업과 守城에 이어, 이젠 更張의 기치를 높이 들겠습니다.
그리하여 우리 정당사의 새 지평을 열겠습니다.
선진 일류국가를 열망하는 모든 이들의 동참을 기대합니다.
아울러 이번 대선을 이명박 후보와 함께 ‘차떼기’ 멍에를 벗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정말 깨끗한 선거를 치르겠습니다.
검은 돈 안 받고, 뒷돈 안 쓸 것입니다. 연수원을 국가에 헌납한 박근혜 전대표의 정신도 바로 이렇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만든 ‘클린정치위원회’가 선봉에 설 것입니다.
위대한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간절히 호소드립니다.
이제는 편법과 반칙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똑똑히 보여 주실 것을 간절히 호소드립니다.
상식과 순리를 거스른 사람의 말로가 어떠한지, 먼 훗날까지 교훈이 되도록 철퇴를 가해 주십시오.
국민여러분의 판단에 이 나라의 순리와 민주주의 정신이 확고히 뿌리내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우리 한나라당은 국민 여러분과 함께 기필코 정권교체의 역사적 위업을 이룩하겠습니다.
민생경제를 살리고 국민대통합을 실현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국민성공 시대, 선진 일류국가로 힘차게 나아갑시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최고위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