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10년간 금융권도 강도높은 구조조정으로 ‘상전벽해’와 같은 지형변화를 보였다.
당시 부실기업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취약했으며 위기관리 경영 기법도 한참 후진적이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부실을 적극 털어낸 결과 은행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997년보다 2배 가까이 개선됐다. 은행권 순이익도 4조원 적자에서 13조원이 넘는 흑자로 돌아섰다. 또 자산규모가 200조원이 넘는 은행이 3개에 달할 정도로 몸집도 불었다.
일단 내년 시행예정인 신바젤협약을 준비하면서 국내 은행들의 내부 위기관리시스템은 안정궤도에 진입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같은 위기관리시스템 강화를 통한 방어 전략과 동시에 글로벌 기관으로 거듭나는 공격적인 행보도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외환위기 아픔 딛고 재도약
국내 금융권은 지난 10년간 퇴출 및 인수합병 등을 통해 부실 금융기관 916개사(97년 기준 전체 금융기관의 43.6%)를 과감하게 정리당하는 아픔을 겪었다.
은행의 경우 1998년 6월 사상 처음으로 동남, 동화, 충청, 경기, 대동 등 5개 은행이 퇴출된 것을 시작으로 33개사 가운데 16개사가 구조조정됐다.
외환위기 초기엔 부실금융기관 처리가 주요 사안이었다면 이후 경쟁력 제고를 위한 대형화 작업이 진행됐다. 이에 국민과 주택, 신한과 조흥 등이 합병을 추진했다.
이같은 결과 은행 건전성 종합지표인 BIS 자기자본비율은 1997년말 당시 7.04%로 국제기준 8%보다 낮았으나 2006년말에는 12.31%로 상승했다.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순이익률(ROA)도 2006년 1.11%로 1996년(0.3%) 대비 3.7배 확대돼 미국 대형은행 수준에 근접했다. 건전성과 수익성 측면에서 체력이 보강된 만큼 대내외 악재에도 순발력 있게 대응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추게 된 셈이다.
■글로벌 시장 진출 시급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움직임과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역풍이 국내외 금융권의 태풍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구나 외국계 금융기관들의 대형 인수합병 움직임도 국내 금융기관들이 위기관리 차원에서 주시해야 할 대목이다.
일단 외환위기와 같은 ‘회오리’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는 전문인력과 수익구조, 해외비중에 대한 체력보강이 더욱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여전히 예금을 받아 담보를 잡고 대출을 하는 예대마진 차익 중심의 수익구조가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비이자수익 비중은 13.1%로 영국(46.4%), 미국(44.6%) 등에 뒤진다.
더구나 국내 은행들의 비이자부문 이익 가운데 상당 부분은 점포를 찾아온 손님에게 펀드나 방카슈랑스 상품을 팔아 챙긴 수수료가 대부분이다.
M&A 주선 등 투자은행(IB) 업무를 통해 올린 이익은 미미한 수준이다. 외국계 투자은행의 공격적인 행보가 더욱 거세질 경우 수세에 몰릴 수 있는 영업구조다.
해외 자산의 비중이나 해외 부문의 이익 비중도 전체의 3% 안팎이다.해외 자산이 90%에 이른다는 스위스계 UBS나 해외 수익 비중이 48%라는 영국계 HSBC와는 대조적이다.
국내 은행의 경우 대다수 직원을 여신삼사 등 전문직보다는 일반업무 위주로 채용하고 있다. 수익구조 역시 이자수익에 치중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은행의 직무별 채용비중은 일반업무(92.1%), 정보기술(2.4%), 재무관리(2.0%), 여신심사(1.1%) 순이었다.
그럼에도 최근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은행들이 대형화 및 해외진출, 경영구조 개선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과거 외환위기 때의 무방비적인 금융권의 모습과는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다. 금융권마다 금융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서두르고 비은행 부문 강화를 통해 고수익원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해외 블루오션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는 점도 과거와 달라진 모습이다. 최근에는 금융지주회사 설립이 허용되면서 대형 금융기관의 출현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로써 은행의 평균 총자산은 1997년 23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75조3000억원으로 늘었다.
또한 1997년 말에는 자산규모 세계 100위권에 드는 국내 은행이 전혀 없었지만 2006년말 현재 국민, 우리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등 4개사가 포함돼 있다.
/jjack3@fnnews.com 조창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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