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후의 아열대화 징후가 여러 곳에서 나타나는 가운데 나온 결과여서 학계가 주목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 7월19일 전남 신안군 장도에서 어미 한 마리와 둥지를 갓 떠난 어린 새끼 2마리를 발견했으며 지난 10월4일 어미 2마리와 함께 어린 새 5마리가 관찰돼 한쌍이 번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2일 밝혔다.
검은이마직박구리는 몸길이 18.5㎝, 몸 윗면은 올리브 갈색이며 몸의 아랫면은 밝은 갈색이다. 머리에는 검은 색의 무늬가 있으며 꼬리가 비교적 긴 편이다.
숲, 인가 주변이나 도시의 공원 등에서 살며 번식기를 제외하면 주로 무리를 지어 생활하고 곤충이나 나무의 열매를 주로 먹는다. 키 작은 나무의 안쪽에 풀이나 식물의 잔뿌리를 이용해서 깊은 컵 모양의 둥지를 만들고 4∼5개의 알을 낳는다.
검은이마직박구리는 2003년 가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서식이 확인된 종이며 2004년 9월 경기도 옹진군 소청도에서 그 해 태어난 어린 새 10개체가 관찰돼 이곳에서 번식했을 가능성이 처음으로 제기됐다.
그러나 9월은 한반도 통과 철새가 이동하는 시기였기 때문에 국내 번식에 대한 확증을 갖기 어려웠다.
하지만 전남 장도에서 발견된 시기인 7월은 통과 철새가 전혀 없는 때이고 발견된 새끼도 이동하기는 어리다는 점에서 자연 번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검은이마직박구리는 전세계적으로 중국 남부, 대만, 베트남 북부지역에만 제한적으로 분포하는 아열대성 조류로서 국내에서 번식이 확인된 것은 아열대성 조류 중 일부 종들의 번식지역이 북상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서 주목된다.
박진영 연구사는 “검은이마직박구리는 중국 텃새의 한 종류로 일부 이동성이 있는 종이 있었지만 중국 내부에서만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한반도의 아열대성 기후변화나 기존 서식지의 환경변화 등 이들 종이 서해안에 번식한 이유에 대해 보다 면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학원은 앞으로 전국적인 규모의 자연환경 조사와 함께 자연생태계가 우수한 지역에 대한 정밀조사를 통해 국내에 서식하는 생물들의 분포와 서식지 환경변화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khchoi@fnnews.com 최경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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