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정책 등에 힘입어 대기업의 현금 결제 관행은 개선되고 있지만 정작 모기업의 하청업체 중 1차→2차→3차로 이어지는 하청업체 간 ‘현금 결제 룰’이 흔들리면서 어음 지급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 현대차, LG, SK 등 주요 대기업들은 중소 하청업체에 현금 결제 비율을 늘렸으나 정작 하청업체 간 현금 대신 어음으로 결제하는 파행적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은 점차 확대되고 있으나 오히려 중견기업과 중소기업 간 납품대금 결제과정에서 ‘상생 룰’이 깨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내 ‘4대 기업’ 중 한 곳인 S기업의 한 관계자는 “2∼3년 전부터 대·중기 상생협력 확대를 위해 하청업체에 현금 지급을 하고 있으나 정작 1차 하청업체에서 2, 3차 하청업체로 내려가는 과정에서 현금이 어음으로 바뀌고 있다”며 “이 때문에 3차 이하 중소 하청업체의 경우 납품 대금을 어음으로 받게돼 자금 압박을 받고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로 인해 2, 3차 하청업체로 내려가면서 현금 결제 비율은 낮아지는 모순된 구조가 정착돼 하위단계 중소기업의 자금사정 악화를 부추기는 사례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중소기업청(청장 이현재)이 올 6월부터 11월까지 총 2718개사(위탁 1190개사·수탁 1528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07년 수위탁거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위탁기업의 현금성 결제 비율은 92.8%로 지난해 87.9% 대비 4.9%포인트 증가했다. 또한 60일을 초과한 대금 지급률의 경우 2.5%로 지난해 6.2% 대비 3.7%포인트 감소하는 등 납품대금 결제 환경이 전반적으로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기업 규모별로 살펴보면 사정은 다르다. 대기업의 현금성 결제 비율이 97.2%에 달하는 반면 중소기업은 86.3%에 그쳐 하위 거래 단계로 내려갈수록 현금성 결제 비율이 낮아지고 어음 결제가 증가하는 등 결제 단계에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거래 단계별 결제 방법을 살펴볼 때 대기업의 어음 결제율은 2.6%에 불과한데 비해 1, 2차 하청업체로 내려가면 각각 12.2%, 38.2%에 달했다. 결국 1차 하청업체에서 2, 3차 하청업체로 내려갈수록 현금보다 어음 지급을 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중소 하청업체의 자금 압박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측은 “대금 결제와 관련 불공정행위가 적발된 기업들에 대해서는 1차적인 개선 요구를 전달한 상황”이라며 “내년 2월까지 기한을 둬 개선 여부를 최종 확인한 후 미진한 기업들에 대해서는 언론 등을 통해 공표하는 한편 공정위에도 제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두순 이재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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