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후 5시 서울 홍대 앞의 한 클럽 안. 홀을 가득 메운 관객들이 퀸의 강렬한 노래인 ‘Don't Stop Me Now’의 연주가 끝나자 목청을 높여 ‘앙코르’를 외쳐댔다.
이에 밴드는 달콤한 캐럴송으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고조 시켰다. 깊어가는 겨울 밤 젊음의 거리 홍대 앞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 넣은 이 밴드는 다름 아닌 SK텔레콤 직원으로 구성된 사내동호회 ‘더 밴드’(The BaND)다.
지난 2005년 신입 사원들이 연수를 받다가 ‘밴드를 만들자’고 의기투합한 게 ‘더 밴드’의 효시가 됐다. 임원부터 말단직원까지 50여명이 참여하는 유명 사내 동호회로 발돋움했다.
‘더 밴드’는 다양한 음악을 추구하는 몇 개의 작은 밴드로 구성돼 있다. 이들 소 밴드는 이동통신 시스템이 고장날 때 나오는 메시지를 딴 ‘크리티컬 에러’를 비롯, 밴드 여성 단원의 별명을 딴 ‘쓰나미’, ‘즈질대모’, 소 밴드를 구성하지 못하고 이합집산으로 모인 ‘엠앤에이(M&A)’와 쓰레기가 연상되는 ‘난지도’ 등으로 독특하다.
공연이 다가오면 동호회 내에서 자유롭게 밴드를 구성해 음악을 한다는 게 김창일 동호회장(SK텔레콤 서비스기술연구원 매니저)의 설명이다.
‘더 밴드’ 단원들은 분기에 한 번씩 홍대와 같은 외부 클럽에서 공연을 한다. 또 격월로 사내에 마련된 밴드 연습실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작은 콘서트를 연다.
명성이 안팎으로 알려지면서 ‘더 밴드’는 직원 문화 행사인 ‘퍼너자이저’, 신입사원 대상 부모 초청행사, 노동조합 주관 송년문화행사 등 각종 행사에 초청돼 ‘약방의 감초’ 역할을 하고 있다.
연말이 되면서 ‘더 밴드’의 활약은 더욱 빛났다. 지난 15일에는 역시 홍대 앞 한 클럽에서 ‘더 밴드’의 정기 공연이 열렸다. 이 때는 불우이웃돕기 모금행사도 함께 벌여 훈훈함을 더했다.
지난달에는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농수산물유통공사가 개최한 사내밴드 공연에서 ‘스페셜 게스트’로 출연, 청중을 감동시키기도 했다.
‘펀(즐거움) 경영’을 기치로 내걸고 있는 SK텔레콤도 ‘더 밴드’가 콘서트를 열 때 공연장 사용료를 지불해 주는 등 물심양면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더 밴드’는 신년에는 밴드 단원들의 부모님을 초청해 공연할 계획이다.
부모님 세대가 좋아할 노래를 연주, 밴드 음악이 젊은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을 알려주고 싶다는 게 김창일 동호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신년에는 공연이 아니더라도 회사 직원이면 누구나 언제든지 편하게 ‘더 밴드’를 찾아올 수 있도록 동호회를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wonhor@fnnews.com 허원기자
■사진설명=SK텔레콤 사내 밴드 동호회인 'The BaND' 단원들이 연습 후 한자리에 모여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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