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대운하 예정지 기획부동산 활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1.18 18:38

수정 2014.11.07 14:49



“대운하 수혜지역이니까 상담 한 번 받아보세요.지금이 절호의 찬스입니다.”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자영업자 권 모씨(42)는 지난해 말 이같은 기획부동산업자의 전화를 받고 상담을 거친 후 경기 여주군 점동명 일대 1000㎡의 임야를 8000만원 주고 매입했다. 그러나 최근 현장에 직접 가보고서야 ‘쪽박’을 차게 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획부동산 업자가 쪼개서 판 땅이라 자기 땅의 경계가 분명치 않았기 때문이다. 주변에 도로도 나 있지 않아 집이나 다른 건물을 짓고 싶어도 건축이 불가능했다.
뒤늦게 현지 중개업자에게 확인해 본 결과 이 땅의 활용 가치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한반도 대운하 호재로 수혜지역 주변의 부동산 시장에 기획부동산업자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MB효과’가 언론에 오르내리면서 운하 수혜지인 여주,이천 등에 투자자가 몰리고 있지만 기획부동산업자들은 사실상 ‘무용지물’인 땅으로 투자자를 현혹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5만원짜리 임야 20만원대로 뻥튀기

거의 ‘쓰레기’에 가까운 땅을 포장해 바가지를 씌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여주지역의 경우 대운하 호재를 등에 업고 3.3㎡당 5만원대 임야를 20만원 안팎으로 부풀려 팔고 있다. 이 지역 기획부동산 업자들은 가격을 올리는 대신 “수수료를 받지 않고 중개한다”며 투자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현지 Y공인 관계자는 “불모지 가격을 뻥튀기해서 팔면서 수수료가 없다는 것을 내세워 아직도 만족하고 땅을 사는 사람들이 주변에서 포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토지 유통업자’들이 결탁해 가격을 4∼5배 튀겨 파는 신종 기획부동산도 생겨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토지를 구입할 경우 반드시 믿을 만한 현지 중개업자와 검증을 거친 후 매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여주시 상갈공인의 우종성 대표는 “대운하 관련 토지는 신빙성있는 전문가와 함께 토지 이용 인허가 여부를 확인한 후 독립된 전·답·임야 형태로 된 것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면서 “기획부동산업자들은 매매후 사후관리를 하지 않기 때문에 매도자가 누구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식으로 매입해도 권리행사 어려워

기획부동산 업자들이 파는 부동산의 대표적인 폐해는 ‘쪼개팔기’다. 업자들이 쪼개 파는 땅은 대부분 분할등기가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권씨의 경우 이같은 ‘지분등기’로 땅을 매입했다고 낭패를 봤다. 전체 1만㎡ 중 1000㎡에 대한 지분만을 인정받아 등기상에 ‘300/3000’으로 표기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장에도 1만㎡의 임야만 존재할 뿐 자신의 땅을 눈으로 구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최근 들어서는 기획부동산업자들이 ‘독립등기’ 방식으로 땅을 매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사기 소지가 명백하다는 지적이다. 정확한 지점이 표시돼 있어 소유권은 인정받을 수 있지만 도로 등의 토목공사가 전혀 돼있지 않아 땅의 활용가치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도로를 내고자 할경우 인접지역의 땅을 사들인 소유주를 만나 공동으로 도로를 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는 합의가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 투자한 땅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여주 인근지역의 S공인 관계자는 “최근 기획부동산으로부터 땅을 사들인 외지인들로부터 활용가치 등에 대한 문의가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cameye@fnnews.com 김성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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