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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 특별감정 참여했던 최석태위원 “빨래터 감정 다시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1.21 14:17

수정 2014.11.07 14:44

한국미술품 감정연구소의 내분일까. ‘박수근 빨래터’ 감정에 참여한 20명 중 1명인 평론가 최석태 감정위원이 지난 9일 열린 특별감정에 대해 공격적인 감정을 표출했다. 감정연구소의 신중함이 부족했다고 일침을 가했다. “진짜를 진짜라고 해도 믿지 않는, 의혹이 가시지 않는 불신감은 화상 감정위원들 때문”이라고 했다. 시장 친화적인 감정위원들이 참여, 의혹 논란을 빨리 끄려고만 했지 제대로 된 감정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밀실 감정으로 입 단속에 민감한 다른 감정위원들과 달리 거친 입담을 펼쳤다.


그동안 화랑협회에서 감정기구 독립 등을 주장하며 미술품 감정연구소(법적 이사) 탄생에 지대한 공헌을 해왔던 그의 주장은 감정 공신력에 이의를 제기하며 공개 감정을 주장하는 아트레이드측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어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최 위원은 “화상이 중심이 돼 휘둘리는 감정은 앞으로 하지 않겠다. 감정위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차 특별감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솔직하게 말하겠다. 그날 온 감정위원 중에는 처음 본 사람도 있었다. 심지어 나무 종류를 잘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 흰 빛깔이 칠해진 액자는 나왕이라는 싸구려 목재 같았다. 그게 박수근의 액자라면 그런 것도 검토됐어야 했다. 50년대 말에 쓰인 것인지 액자째로 수입이 되었는지 등. 하지만 그날 액자에 대해서는 유족인 박성남씨의 이야기만 들었다. 성남씨는 그 흰 칠이 아버지가 칠했다고 했는데 재통화 이후에서는 소장자 딸이 칠했다며 또 말이 어긋났다. 물론 액자로 진위가 근본적으로 달라지진 않는다. 하지만 그의 말이 맞는지도 아닌지도 따져보지 않았다. 또 국민적 시선이 집중된 작품 감정을 하면서 토론도 하지 않았다. 각자 소견서만 제출하고 끝났다. 다른 작품은 의견이 다르면 3∼4번을 봤는데 이토록 중요한 감정을 2번 만에 투표 수로 결정한다는게 말이 되는가.

―그렇다면 당시 감정에는 왜 참여했고 그대로 진행했나.

▲똥을 묻힌다는 각오 아래 들어갔다. 또 오광수씨도 1차 땐 무척 의심했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심정이 컸다. 서울옥션의 전과가 있기 때문에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순 없었다. 확인이 필요했다. 2차감정 때 최병식 교수와 함께 감정을 연장하자고 했다. 결정을 지금 내리면 안 된다고 했다.

―감정을 다시 하자는 것인가.

▲그렇다. 공개감정, 과학감정 이야기도 나오지만 나는 여러 계층의 감정 전문가들이 모여 다시 감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불신을 없앨 수 있다. 또 감정연구소의 발표 뒤에도 모순된 증거들이 나오고 있지 않은가.

―모순된 증거라니.

▲엑스레이는 어디서 찍으나 똑같다. 하지만 카이스트에 분석의뢰했다는 엑스레이는 찍지도 않았다. 왜 감정연구소는 거짓말을 하나. 또 감정에 참여하지 않았어야 할 인물이 참여한 것도 이해가 안된다. 서울옥션 감정위원장으로 있는 모 위원의 경우 이중섭 위작사건 때도 말이 왔다갔다 했던 사람이다. 공직에 있을 때 조차 상업채널에 감정위원을 해 말썽이 되지 않았는가. 경매 전부터 진품이라고 말했던 미술품 감정연구소 감정위원장도 배제됐어야 했다. 유족인 박성남씨도 특별감정에 나오지 않았어야 했다. 이중섭 아들 또한 아버지 작품을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지 않았는가.

―화상 감정위원들에 대해 불만이 많은 것 같다.

▲20∼30년간 목숨걸고 작품을 판매하고 수많은 그림을 보아온 화상들의 안목 감정을 못 믿는 것은 아니다. 동업자들인 화상들은 미술시장 분위기와 이권에 움직일 수도 있고 자정 능력이 떨어진다.

―화상들이 배제된 독립된 감정기구가 가능한가.

▲현실적으로 사람이 없다는 이유 때문에 화상에 맡겨놓다 보니 의심만 커지게 됐다. 감정기구는 화상단체의 손아귀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화상들이 지배하는 감정은 안 된다. 상피원칙 때문이다. 상호 감시와 견제 시스템을 작동시켜야 한다. 감정시스템도 작년 초부터 화랑협회에서 독립되었지만 화상의 지배에서는 독립되지 않았다. 우선 무리가 있다하더라도 작품 판매와 관계없는 사람들, 거리를 적절하게 거리를 둔 이론가들이 좋다. 또 현업에서 은퇴한 사람들이 괜찮다. 정부는 화랑협회 아트페어 행사에 돈을 지원할 게 아니라 감정기구에 지원해야 한다.

―감정료를 받는다고 들었다.

▲감정위원들이 한달에 4번 감정하고 받는 돈은 80만원이다. 그나마 지난해부터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오른 것이다. 화상들이 대부분인 감정위원들과 한달에 따져보면 100만원도 안 되는 돈으로 보는 감정은 상당히 가볍게 보게 되어 있다. 생계를 보장해줘야 정당하고 용기있는 감정이 이뤄질 것 아닌가. 프랑스에서는 정부에서 감정위원에게 월급을 준다고 한다. 공인받은 단체나 정부에서 지원, 감정위원들이 독립된 목소리를 낼수 있게 해야 한다.

―서울옥션이 이번주에 손해배상으로 아트레이드를 고소한다고 하는데.

▲법정 공방으로 가는 것은 반대한다. 법적 처리는 미술거래에 끔직한 악재가 될 것이다. 미술계 내부에서 해결해야 한다.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의심살 만한 행동을 해놓고 법으로 봉쇄하려하는 것은 안 좋은 일이다. 서울옥션측과 이중섭 위작 문제로 감정이 좋지 않았다. 서로 믿지 못하는 곳이라고 외면했었다.
하지만 감정 이후 서울옥션 이호재 회장에게 고맙다는 전화도 받았다. 하지만 나는 20명중 19명이 찬성하고 1명만이 반대한 그 1명은 아니다.
그렇게 말한 감정위원을 존경한다.

/hyun@fnnews.com 박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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