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시론] 경기부양 빠를수록 좋다/최성환 대한생명 경제연구원 상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2.11 16:27

수정 2014.11.07 13:15

지난달 말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경제 성장률을 지난해 10월의 전망치 4.4%에서 4.1%로 낮춰 잡았다. 이는 지난해 연초 전망치 4.9%에 비해 0.8%포인트나 낮은 수준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인한 신용불안으로 미국의 올해 성장률이 당초 1.9%에서 1.5%로 낮아지고 유럽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도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그나마 중국과 인도와 같은 신흥 시장국들의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떨어지는 세계 경제를 떠받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IMF는 신용불안의 지속에 따른 선진국의 추가적인 내수 위축과 신흥 시장국으로 전염 효과를 우려하면서 세계경제 성장률이 더 낮아질 위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와중에 미국은 부시 행정부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공격적으로 경기 부양에 나서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연초부터 1450억달러에 달하는 경기 부양책을 내놓으면서 의회의 조속한 통과를 요구했다. 1450억달러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에 해당하는 큰 규모다.

뿐만 아니라 경기부양 효과를 신속하면서도 최대화하기 위해 개인에 대한 세금 환급과 기업투자를 장려하기 위한 감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FRB는 지난해 9월부터 지난주까지 5번에 걸쳐 정책금리를 모두 2.25%포인트나 인하했다. 속도 면에서 20여년 만에 가장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경기 부양책의 효과는 올 하반기에나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일부 비관론자들은 올해 미국의 성장률이 1%에도 채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만약 올해 미국의 성장률이 1%에도 못 미치게 되면 세계경제 성장률 또한 4%를 넘기기 어려울 것이다.

세계경제 성장률만이 문제가 아니다. ‘서브프라임 노이로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서브프라임 모기지’라는 단어만 뜨면 주가가 급락하고 그에 따라 금리와 환율도 춤을 추는 등 국제 금융시장이 매우 불안한 모습이다.

이 같은 금융시장 불안이 오래 갈수록 주요국의 소비와 투자는 더 위축되면서 성장률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적어도 올 상반기까지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더 큰 문제는 수출입과 투자 등에서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와 금융이 이 같은 불안한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주식시장의 경우 오히려 더 크게 영향을 받아 급등락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의 성장률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급락할 경우 지난 수년간 우리 경제의 단발 엔진 역할을 해온 수출이 차질을 빚게 될 것이다.

이 경우 올해 성장률은 새 정부가 목표로 하고 있는 6%는 물론 연구소들의 예측치인 5% 안팎에도 크게 못 미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예를 들어 수출이 한자릿수 증가율에 그칠 경우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은 4% 초반대로 떨어지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다 주가 및 집값 하락 등이 겹칠 경우 빚더미에 올라앉은 가계부문의 소비가 위축되면서 4%도 장담하기가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따라서 새 정부와 한국은행은 적극적이면서도 신속한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할 것이다. 법인세와 소득세 인하를 앞당기는 동시에 미국처럼 개인별 세금을 환급해 주는 방안과 콜금리를 인하하는 등 전방위적이면서도 신속한 경기 부양이 고려돼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정부뿐아니라 기업, 노조, 국민 모두 위기의식을 가지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올 한 해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한편에서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있어서 적극적인 경기부양에 나서기가 어렵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행정부와 FRB는 물가 위험을 몰라서 공격적으로 경기 부양에 나서겠는가. 소비자물가 상승률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는 아직 3%대에 머물고 있는 반면 미국은 이미 4%대로 올라섰다.


물가가 더 오를 위험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침체로 빠져드는 것을 막기 위해 늦었다는 비판을 들으면서도 안간힘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일단 추락하는 경기부터 살려놓고 보자는 뜻이다.
경기라는 엔진은 한번 식고 나면 다시 데우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힘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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