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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닫은 성인오락실 프랜차이즈로 거듭난다

유현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2.11 22:18

수정 2014.11.07 13:12

바다이야기로 대표되는 과거 성인 오락실 점포가 프랜차이즈 가맹점으로 속속 대체되고 있다.

성인오락실은 2006년 상품권 파동과 기계 조작을 이유로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인 단속을 벌인 결과 대부분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갔다.

성인오락실 점포의 경우 중심상권의 1층 또는 2층에 위치해 있어 노출 효과가 높은 데다 주변에 유동인구가 풍부해 프랜차이즈 가맹점으로는 최적의 위치다.

뿐만 아니라 단속 철퇴를 맞으면서 대부분의 점포가 비어 있는 채 방치된 경우가 많아 권리금 부담도 적다.

성인오락실 매장은 주로 중대형 매장을 선호하는 업종에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실제 성인오락실 매장에 입점하는 업종의 대부분이 대형 식당이나 호프집이라는 점에서도 이 같은 사실을 방증하고 있다.

떡피에 싸먹는 무항생제 웰빙포크 전문점 ‘떡쌈시대’는 2006년 11월 이후 성인오락실이 자리했던 점포에 5개의 매장을 오픈했다. 점포 보증금이 2억∼3억5000만원선으로 일반 매장에 비해서는 높게 형성된 편이지만 권리금이 없거나 시세대비 40% 이상 저렴한 것과 중심상권에 50평 내외의 대형 매장이라는 점이 매장을 오픈한 이유다.


떡삼시대 경기 부천 중동점은 권리금 없이 2억원의 임대보증금을 지불하고 과거 성인 오락실이 있던 매장에 입점해 월 7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고 인천 계양점도 주변 권리금 1억원에 못 미치는 4000만원의 권리금을 포함한 점포비용으로 3억원을 투자해 월 60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과거 성인오락실 점포는 입점 후 점주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입지가 좋고 매장 평수 역시 넓어 월 매출이 5000만∼7000만원을 호가하기 때문이다.

이탈리안 호프전문점 ‘라온’은 브랜드 론칭과 함께 직영점으로 성인오락실 점포를 잡은 경우다. 라온은 지난해 11월 노원역 인근 먹거리 상권에 직영점을 오픈했다. 과거 성인오락실 매장이었던 라온 직영점이 224㎡(68평)의 넓은 매장을 오픈하는데 소요된 비용은 3억원선. 인테리어비용과 임대보증금, 권리금이 포함된 금액임을 감안하면 비교적 저렴하게 매장의 문을 연 셈이다. 권리금은 주변 점포가 1억원을 호가하지만 영업을 하지 않는 상황이어서 바닥권리금 7500만원만 지불했다.

라온의 이상진 사장은 “역세권 대형 매장을 3억원선에 오픈하기는 쉽지 않다. 영업을 하지 않는 성인오락실 매장은 영업권리금이 없고 별다른 인테리어가 돼 있지 않아 철거비용 부담을 덜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역세권과 유흥상권이 형성된 곳에 자리한 매장이 많아 향후 높은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라온의 노원직영점은 현재 5000만원의 월매출을 거두고 있다.

호텔식 요리전문 생맥주점인 ‘치어스’ 중동점의 최만기씨도 지난해 10월께 성인오락실이 있던 자리에 창업했다. 권리금 없이 보증금 1억5000만원의 부담으로 181㎡(55평)의 매장에 입점했다. 주변시세의 경우 권리금만 2억원 정도 형성돼 있다. 최씨의 매장은 월세가 550만원으로 높은 편이지만 월평균 매출이 6000만원 선으로 순수익만 1800만원에 이른다.

신개념 중화요리 전문점 ‘디긴차이나’ 시흥점은 과거 성인오락실이었던 396㎡(120평)의 대형 매장을 지난해 11월 권리금 없이 보증금 1억원에 월세 500만원으로 임대했다.

디긴차이나 점포개발 담당 양재의 과장은 “당국의 대대적인 단속이 있기 직전 성인오락실을 오픈했기 때문에 영업이 부진하고 각종 단속 등으로 폐업하게 되어 권리금도 없이 매장을 임대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인근에 아파트 단지 개발과 지하철역 및 관공서 등이 인접해 있어 패밀리 레스토랑식의 대형 중화요리전문점 입지로는 최상이다. 월 평균 매출 1억원에 월 순수익만 2500만원선.

한국창업전략연구소의 이경희 소장은 “업종의 라이프 사이클을 잘 살펴보면 좋은 자리의 매장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성인 오락실은 대부분 중대형 이상의 규모를 가진 매장이었지만 소형 점포도 마찬가지다. 이동통신 대리점이 활성화될 시기에는 1층 소점포의 권리금이 치솟았다.
하지만 성숙기가 지난 시점에서는 많이 낮춰진 상태다. 비슷한 예로 막걸리 전문점 자리, 안동찜닭 자리 등 업종의 부침에 따라 매장의 권리금이나 임대비용의 변화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한편 성인오락실 단속 초기 점포 보증금은 165.3㎡(50평) 이상 강남에 위치한 경우 7억원을 호가했고 강북의 역세권도 3억원을 호가했으나 단속으로 매장들이 개점휴업에 들어가면서 지난해부터 임대료 거품이 꺼지고 있다.

/yhh1209@fnnews.com 유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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