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화장품 다단계 판정’ 업계-공정위 설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2.14 18:40

수정 2014.11.07 12:54



“화장품 업계가 그동안 소비자 피해 문제를 야기하지 않았는 데도 공정위가 방문판매를 다단계로 판정해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아모레퍼시픽 이명규 제도협력실장)

“불법으로 영업을 하면서 소비자 문제를 야기하지 않으면 합법이 되는 것으로 곡해하지 말라.”(김홍석 선문대 교수·전 공정위 특수거래팀장)

김홍석 공정거래위원회 전 특수거래팀장과 이명규 아모레퍼시픽 제도협력실장이 지난 13일 서울 역삼동 한국기술센터에서 열린 ‘직접판매 규제의 정책방향’ 세미나에서 가시돋친 설전을 펼쳤다.

김 교수는 지난해 공정위에 근무할 당시 아모레퍼시픽을 비롯해 대형 방문판매업체가 다단계 형태의 영업행위를 적발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검찰에 고발한 당사자다.

이 실장은 공정위의 고발에 맞서 행정소송을 제기한 아모레퍼시픽의 실무 책임자로 창과 방패가 만난 셈이다.

‘다단계냐, 방문판매냐’ 문제가 법정으로 비화된 상황에서 만난 창과 방패는 자신들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한 치 물러섬 없는 혈전을 펼쳤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아모레퍼시픽의 이 실장. 그는 이날 세미나에서 ‘무늬만 방판’ 판정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김 전 팀장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이 실장은 “방문판매업계, 특히 화장품 업계는 30여년 동안 신용을 바탕으로 좋은 제품을 공급, 소비자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이미 방문판매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민법과 상법으로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데 굳이 다단계로 편입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화장품 방문판매의 경우 다단계와 달리 소비자 피해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김 교수는 “소비자 피해를 야기하지 않았는데 왜 다단계로 규제하느냐식의 주장은 실망스럽다. 법에서 정하고 있는 다단계 형태로 영업을 하면서 다단계 판매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법을 잘못 알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고 대응했다.

이 실장과 김 교수는 개정논의 중인 방문판매법의 방향에서도 부딪쳤다.

이 실장은 “후원수당 2단계를 기준으로 방문판매와 다단계의 정의를 구분, 방판법의 모호성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교수는 “다단계에 대한 사회적인 이미지가 부정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무늬만 방판’ 업체를 방문판매로 인정하는 것은 다단계 판매에 대한 형평성은 물론 방문판매와 다단계간의 비대칭규제를 야기한다”며 “방문판매와 다단계 판매를 떠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행위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법률을 핑계대는 것은 논리의 한계다. 법개정은 법률을 고쳐서라도 면죄부를 받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아 나가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이화여대 소비자학과 정순희·최혜경 교수는 ‘소비자가 생각하는 방문판매와 다단계판매’라는 연구보고서를 내놔 눈길을 끌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방문판매업과 다단계업의 업태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에서 60대 1097명을 대상으로 ‘방문판매와 다단계 구분 가능 여부’를 조사한 결과 69.1%가 두 업태를 구분치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판법은 판매원의 단계를 2단계까지는 방문판매로, 3단계부터는 다단계로 규정하고 있다.

/yoon@fnnews.com윤정남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