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아침] 미술품 투자 감성충전 필요하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2.15 18:53

수정 2014.11.07 12:49



‘투자가 목적이면 무조건 목 좋은 곳을 사고, 자신이 직접 거주할 목적이면 가장 편안한곳을 찾아라.’ 부동산 투자 고수의 말이다. 투자와 향유의 차이점을 보여주는 비유다.

미술품 투자도 마찬가지.

지난 한 해동안 국내 미술시장이 사상 유례없는 호황을 구가한 가운데 몰아친 미술품 투자열풍은 해를 넘긴 지금까지도 그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물론 지난해 말을 전후해 불거진 삼성 비자금 사건이나 박수근 작품의 위작시비로 미술계에 대한 불신풍조도 생겨났다.그러나 이런 분위기는 극히 제한적이다.


제품에 일부 결점이 발견됐다고 그 산업의 사업성마저 의심할 수 없는 것 처럼 위작 몇 점과 사건에 연루됐다고 해서 미술시장의 비전 자체를 왜곡해서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역사적으로 미술시장의 호황기에는 위작이 판을 쳤다. 관건은 시장의 기반이 얼마나 탄탄한가 하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지금의 미술시장 기반은 예전과는 판이하다. 한 때 세 명만 모이면 주식이나 부동산 얘길 하던 적이 있었다면 지난해부터는 미술시장, 작품이야기를 한다. 바로 옆집에서 미술품을 구입해 쏠쏠한 재미를 봤다는 현실적인 내용들이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불과 2∼3년 만에 한국 미술시장의 규모는 무려 10배 가까이 급속히 팽창했다.

미술품을 전문으로 유통시키는 경매회사도 10여개가 넘을 정도다. 미술품 투자정보를 공유하려는 인터넷 카페 가운데는 회원이 8000명에 육박하는 곳도 있다. 이들은 단순한 정보습득이나 교환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이슈를 창출하는 적극성을 보이는 게 특징이다. 신규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미술시장이 수요자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

미술품이 단지 감상용이나 고급 취미생활이라는 것은 이젠 옛말이다. 감상의 시대에서 투자의 시대로 무게중심이 옮겨지고 잇다.

올해는 미술시장에 미술강좌 바람이 불고 있다. 그림이 돈이 된다고 해서 무조건 사들이던 지난해의 미술투자 열풍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미술 교양강좌에 일반인이 몰리고있다고 한다. 서울시립미술관이 직장인 등 일반인을 위해 올해 2∼3월 8주 과정으로 운영중인 야간 미술이론 강좌의 수강 정원은 40명이지만 497명이 신청했고, 정원 20명의 야간 회화 실기과정에도 373명이나 몰렸다.

유료로 강좌를 운영하는 화랑 경매회사 백화점 문화센터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국내 처음으로 아트재테크 강좌를 연 동국대 사회교육원은 신청자가 많아 강좌 프로그램을 아예 늘렸다고 한다. 재테크 차원의 미술시장에 초점을 맞춘 강좌여서 더 인기다.

이미 아트와 재테크를 합쳐 ‘아트테크’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세금 없는 유망 재테크 수단으로 부각, 중산층에게도 미술품 구입과 재테크는 이제 ‘그림의 떡’이 아닌 시대다.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아트재테크든 진중하게 분석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을 이길 재간은 없다.

그림은 어렵다고 한다. 감동은 커녕 봐도 모르겠다고 한다. 그림으로 돈을 번다는 것은 언감생심이라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좋은 미술품 투자는 편안하면서도 장기적으로 볼때수익률이 크다는 것이 미술투자자들의 공통된 말이다. 그림은 다른 투자와 달리 감성 충전이 필요하다.
붐을 이루고 있는 미술강좌와 함께 위작시비등으로 위축된 미술시장이 다시 활력을 되찾기를 기대해 본다.

/hyun@fnnews.com박현주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