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불황의 긴 터널을 지나 온 국내 제지산업이 재도약을 위한 절대 절명의 기로에 서있다.
인쇄용지, 백판지, 골판지 등을 생산하는 주요 제지사들은 지난해 4·4분기 일제히 제품 가격 인상에 성공하며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정한 원자재 가격과 낙후된 제지산업의 유통구조는 언제 또 제지사들의 발목을 잡을지도 모른다. 자칫하다가 다시 추락하고 말 것이란 불안감마저 엄습하고 있다. 일부 지류의 경우 과잉 공급 문제가 지속돼 제지업계의 추가적인 구조조정도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에 본지는 2회에 걸쳐 제지업계의 현황과 문제점 및 개선 방향 등에 대해 짚어 보고자 한다.<편집자주>
지난해 제지업계는 최악의 한해를 보냈다. 펄프와 고지 등 주요 원재료 가격의 고공행진이 계속 됐기 때문이다. 이는 원화절상에 따른 수출 효과 감소 등과 더불어 제지사 수익성 악화의 주요인이 됐다.
■인쇄용지 7년째 줄곡 오름세
국제 펄프가격은 7년째 줄곧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제지업계에 따르면 국내 인쇄용지사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인도네시아산 하드펄프가격은 지난해 초 t당 620달러에서 1월 말 현재 730달러까지 20% 가까이 급등했으며 2월에도 10달러 정도 추가 인상된 상태다. 제지업계에서는 펄프가격 오름세가 올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펄프가격 상승은 그동안 계속된 공급과잉으로 제품가격에 원가상승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서 국내 인쇄용지 업황 불황을 초래했다. 실제 지난 2002년 부터 지난해 말까지 펄프가격이 65% 이상 상승한 반면 국내 인쇄용지 내수가격은 오히려 14% 이상 빠지는 이상 현상 마저 낳았다. 그나마 지난해 4·4분기 인쇄용지 가격인상에 성공했던 것은 계성제지, 이엔페이퍼 등 일부 업체들이 생산라인을 구조조정한 효과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고질적인 공급과잉 문제가 완전히 사라지기 위해서는 업계의 추가적인 설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지난해말 동해펄프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무림페이퍼가 오는 2010년까지 최대 50만t 이상의 인쇄용지 증설 계획을 밝히면서 공급과잉을 부추길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골판지 원지·판지 중국 폐지 싹쓸이로 수익성 악화
골판지 원지사들은 지난 2006년 상반기 제지업계 중 가장 먼저 구조조정을 끝내며 고질적인 공급과잉 문제에서 벗어나는 듯 했다. 특히 구조조정 과정에서 아세아계열, 태림포장계열, 신대양제지 계열, 삼보판지 계열, 한국수출포장 등 5대 계열로 골판지원지와 골판지사들간 수직계열화가 이뤄지면서 수급여건이 개선되고 시장가격도 급속히 안정세를 찾아 갔다. 하지만 지난해 중국발 폐지 싹쓸이의 후폭풍으로 폐지가격이 1년새 두배 가까이 폭등해 폐지를 주원재료로 사용하는 골판지 원지업체들의 수익성도 급속히 악화됐다. 제지업체 9곳과 폐지업체 60여개사들은 폐지파동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폐지공동유통법인을 설립에 나서기도 했다. 골판지원지 업체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골판지 원지 가격에 원재료 인상분을 반영하기가 비교적 수월하기 때문이다. 반면 수천개의 제조사들이 난립하며 아직까지 구조조정의 손길이 거의 닿지 못한 골판지 상자 제조업계는 출혈경쟁에 허덕이고 있다. 더욱이 전자, 식품 등 주로 대기업들에 납품하다 보니 힘의 논리에서도 밀릴 수 밖에 없다.
■백판지 공급과잉 가장 심각
백판지업계도 국산고지 가격급등과 공급과잉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백판지산업의 공급과잉 문제는 전체 지류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축에 든다. 국내 백판지 시장의 연간수요량은 50만t 내외에 불과한 데 비해 생산물량은 140만t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신사업진출과 생산기기 이전 등으로 촉발된 업계내 자발적인 구조조정 움직임이 감지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세하제지(구 세림제지)가 차세대 신성장 동력으로 카자흐스탄 유전개발에 뛰어든 것을 비롯, 신풍제지도 최근 평택공장의 베트남 이전을 추진중이다. 백판지업계에서는 이과정에서 자연스런 설비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상위권 A 제지사 관계자는 “국내 제지산업은 지난해 원재재가 급등으로 위기를 맞는 등 수년째 불황을 이어오고 있다”며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원자재가격 인상분을 제때 반영못하는 구조적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dskang@fnnews.com강두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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