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도 국내 시장의 성장 정체와 해외 전력시장의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해외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신선한 충격을 주는 해외시장 개척의 사례로 프랑스의 국영 전력회사인 EDF(Electricite de France)사를 들 수 있다.
유럽 최대의 글로벌 에너지기업인 EDF사는 영국과 서로 우호적이지 않음에도 영국 전체 인구의 4분의 1을 고객으로 하고 있으며 전체 매출의 약 절반을 국외로부터 벌어들이고 있다.
흔히 공기업은 방만하고 효율성이 낮다고 하지만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높은 수익을 올리는 ‘창의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공기업’이 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 우리에게 각인된 수출 품목은 반도체와 자동차였다. 그러나 전력 분야도 이에 못지 않은 외화 획득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한전의 외화획득 사례와 앞으로 추진 방향을 살펴보면 전력이 부족한 지역에 발전소를 건설한 뒤 일정 기간 전력을 판매하여 수익을 얻는 민자발전사업(IPP·Independent Power Producer)을 들 수 있다.
한전은 90년 중반 필리핀에 국내 82개 시공사 및 기자재 업체와의 동반 진출하여 2억달러 이상의 수출 효과를 거두었으며 현재까지 필리핀에서 전기 판매액은 1조원이 넘고 있다.
현재 민자 발전시장은 오일달러가 풍부한 중동 및 브릭스(BRICs)를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향후 25년간 민자발전사업의 신규 발주 규모는 무려 11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하나 한전이 주목하는 사업은 자원개발과 발전소 건설이 결합된 이른바 ‘패키지형 자원개발 사업’이다. 이는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 자원은 풍부하지만 전력 인프라가 열악한 국가에 발전소를 지어주는 대가로 자원 개발권을 확보하는 사업을 말한다.
우리로서는 석유, 천연가스, 석탄 등 부족한 자원 획득과 함께 전력 플랜트 및 기자재 업체와 동반진출을 꾀할 수 있고 상대국가는 전력시설 확충이라는 열망을 충족시킬 수 있는 상호 윈-윈(Win-Win)의 사업모델이라고 하겠다.
현재 한전은 나이지리아에 2250㎿의 대규모 발전소를 건설해 주는 대신 20억배럴 규모의 심해광구를 개발하는 대형 프로젝트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해외전력시장 진출의 성공은 국가별로 차별화된 진출전략, 상대방과 성공적인 협상 및 계약, 발전소 건설·운영과 관련된 숙련된 기술, 대규모의 자금동원 능력, 진출국 현지법인 관리능력 등 고도의 전문성과 폭넓은 경험을 함께 필요로 한다.
지난 40여년간 한전은 국내 전력산업을 통해 축적해온 사업관리 능력, 우수한 인력풀을 갖고 있다. 또한 자회사로 발전소 설계 및 정비업체를 보유하고 있으며 실력 있는 국내 전력 플랜트업체와 기자재 업체도 다수 존재한다. 따라서 한전과 자회사, 민간부문이 함께 손잡고 파트너가 되어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면 그 가능성은 실로 무한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요즘 가전제품부터 아파트,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명품 마케팅이 유행이다. 그렇다면 공기업도 명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국내에서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으로 국민생활을 풍요롭게 하고 해외에서는 끊임없는 변화와 도전으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는 ‘명품 공기업’이 되는 것, 이것이 바로 무자년 새해에 꿈꾸는 한전의 희망이자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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