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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환율복병’ 중장기 부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3.11 22:14

수정 2014.11.07 11:05

증시가 이번엔 ‘환율’이란 복병을 만났다.

전세계적으로 미국 달러가 이례없는 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만 상승세(원화 약세)를 보이는 ‘환율 역주행’ 현상이 나타나며 국내 증시에 걱정을 더했다. 반면 자동차를 필두로 한 수출기업들이 원화약세를 재료로 급반등하며 증시상승을 이끌자 기대감도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환율 상승, 악재일까 호재일까.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환율 상승은 중장기적인 부담’이라는 데 무게를 뒀다.

■증시와 경제 모두 ‘독’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4.7원 급등한 970원에 마감했다.
지난달 28일 이후 무려 34원 올랐다. 미국 경기침체와 추가 금리인하 기대감으로 달러화가 현재 일본 엔화, 유로화 등 세계 주요 통화 대비 기록적인 약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과 정반대 흐름이다.

이 같은 원화하락은 지금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물가가 오르고 국내물가도 자동 상승하게 된다. 특히 기름과 원자재 가격 폭등이 물가를 끌어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원화 약세는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또다른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국내 증시에도 독이다. 원자재 가격과 환율의 동반 상승은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투자심리를 위축, 상승 탄력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의 매도공세를 부추겨 수급 상황도 악화될 우려가 크다.

모건스탠리 박찬익 전무는 “원화가 약세로 움직이면 외국인은 국내 시장으로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대만 달러는 강세를 보이고 있어 단기적으로 외국인이 한국 시장을 떠나 대만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수출기업 수익개선 약될까

그나마 위안 거리는 정보기술(IT)과 자동차로 대표되는 수출기업이다. 원·달러 환율 상승세는 수출기업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기 때문.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주요 기업들이 환율 상승으로 인한 각종 악재를 상쇄할 것이란 기대도 높다.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삼성전자, LG전자, LG필립스LCD, 하이닉스 등 IT업종과 현대차, 기아차, 쌍용차, 현대모비스 등 자동차 업종이 동반 강세를 기록하며 증시 반등을 이끌기도 했다. 키움증권 박연채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국내 주요 수출기업들은 원·엔과 원·달러 환율 동반 강세에 경쟁력이 크게 높아진 상황”이라며 “원화가치 약세는 수출기업 수익성에는 분명한 호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하지만 결과적으로 수출기업의 수익성 향상이 국내 증시 전반적인 불안을 상쇄하기엔 어렵다고 전망했다. 환율 상승에 수혜를 입는 수출기업의 수익성 향상은 국지적인 호재일 뿐 원자재 수입에 의존하는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탓이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수출기업이 원화 약세에 수익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단순히 가격에 국한되는 것”이라며 “만일 미국 경기 침체가 지속되며 최종 소비자의 수요가 크게 줄어든다면 수출기업의 수익성 향상을 기대하긴 어려운 문제”라고 지적했다.

/seilee@fnnews.com 이세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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