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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수철 방향을 바꾸면 장력 강해지고 오래간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3.13 16:31

수정 2014.11.07 10:53



거꾸로 돌려보고, 나사도 풀어보고….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발상의 전환으로 새로운 물성을 찾아내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진원지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기능금속연구센터. 지금 이곳에선 용수철의 변신, 나사에 숨겨진 기능 재발견 등 우리가 일상에 즐겨 사용하는 물건에 ‘과학의 힘’을 빌려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거꾸로 돌렸더니 강해졌어요

기존 용수철(스프링)보다 당기는 힘이 훨씬 크고 일정하게 유지될 수 있는 용수철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기능금속연구센터 지광구 박사는 용수철(스프링)을 감긴 방향 반대로 되감으면 기존 용수철보다 훨씬 큰 장력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용수철로 재탄생한다고 13일 밝혔다.

지 박사는 이 기술에 대해 국내와 미국 등에 특허를 출원하고 고기능성 화학소재 생산업체인 ㈜유원컴텍과 초기기술료 1억8000만원과 매출의 3%를 경상기술료로 받기로 하고 기술이전 협정을 체결했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용수철은 양 끝을 잡아당겨 늘어나는 거리인 ‘변위’에 당기는 힘이 정비례한다. 즉 변위가 크면 강한 수축력이 작용하고 변위가 작으면 수축력도 작아진다. 또 용수철을 늘이지 않으면 수축력도 없다.


지 박사는 이 용수철을 반대로 되감는 단순한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다. 그 결과 반대로 다시 감은 용수철은 변위의 크기와 상관없이 완전히 수축된 상태에서도 상당한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지 박사는 “이 기술은 기존 스프링이 감긴 방향을 반대로 바꿔 다시 감는 간단한 방식”이라며 “이번 기술을 적용한 용수철은 교정용, 수술용 기구나 공업용 부품 등에 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스프링을 치열교정기에 사용하면 완전히 수축할 때까지 거의 일정한 힘으로 당겨주기 때문에 교정 중간에 스프링이 약해져 조여줘야 하는 기존 교정기의 불편과 고통을 줄이는 대신 치료기간은 크게 단축할 수 있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공업용 부품의 소형화도 앞당겨질 전망이다. 지 박사는 “이 기술이 자동차나 비행기 등 운송기기에 적용하면 부품들이 차지하는 공간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에너지 절감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사 풀었더니 소음이 사라졌다

지 박사는 금속이 마찰하며 발생하는 소음을 줄이는 방법도 고안했다. 이 역시 발상의 전화에서 나왔다.

일반적인 철판은 망치로 때리면 쨍 하는 소리가 난다. 하지만 이 철판에 구멍을 내고 볼트와 너트를 끼우면 소음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볼트와 너트를 강하게 조여놓으면 일반 철판을 때릴 때 나는 소리와 차이가 없다. 하지만 이들을 약간만 느슨하게 풀어놓으면 망치로 때려도 소리가 현저하게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다.

지 박사는 “도로를 절단하는 공사현장은 항상 굉음에 시달린다. 하지만 이 기술을 적용하면 굉음을 감소시킬 수 있다”다”며 “기계마다 특성에 맞게 이 원리를 응용하면 소음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발상의 전환으로 찾아낸 기술은 그 적용도 매우 쉽다”며 “앞으로도 복잡한 기술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방법으로 사람들을 편안하게 만드는 기술을 만드는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economist@fnnews.com이재원기자

■사진설명=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지광구 박사가 '역발상 용수철(스프링)'을 선보이고 있다.
일반 용수철을 방향만 바꿔 다시 감은 '개발 용수철'(왼쪽)이 길이도 짧아졌고 힘도 더욱 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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