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증시가 신용경색 여파 등으로 곳곳에 상채기가 난 가운데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이 새로운 투자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급격히 쏠렸던 해외펀드 자금이 최근 국내펀드로 회귀하는 등 인기가 한풀 꺾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지역은 올해 들어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고 있는 모습이다.
또 이를 반영하듯 외국계 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관련 펀드 출시도 잇따르고 있어 투자자들의 선택폭도 넓어지고 있다.
현재 자산운용사들이 선보인 상품 가운데는 ‘중동·아프리카’, 이머징 유럽을 포함하는 ‘EMEA’, 중동과 북아프리카에 한정돼 투자하는 ‘MENA’ 등의 이름을 가진 펀드가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
■높은 성장률, 글로벌 시장과 낮은 상관관계 매력
중동과 아프리카지역의 가장 큰 장점은 높은 경제성장률을 들 수 있다. IMF가 지난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MENA지역의 올해 예상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4%로 세계 평균(4.9%)을 능가할뿐 아니라 유럽연합(2.5%), 미국(1.9%)을 크게 뛰어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프리카 경제의 27%를 차지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도 2005년과 2006년 각각 5% 이상의 GDP성장률을 기록한 바 있다.
펀드의 투자대상인 주식시장도 크게 확대되고 있다.
현재 알제리아를 비롯해 이란,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는 걸프협력회의(GCC)나라들에만 투자가 개방된 폐쇄적 시장이다. 또 바레인과 아랍에미리트연합, 쿠웨이트 등은 외국 투자가에게 부분적으로 개방돼 있다.
하지만 이들 나라의 경우 추가적으로 이집트, 터키, 남아공 등과 같이 서서히 완전 개방 시장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기업공개(IPO)나 민영화 대상 기업도 풍부하다. MENA지역의 경우 약 200건이 예정돼 있고 올해에만 80건이 상장될 것이란 분석이다.
JP모건자산운용에 따르면 GCC 나라의 경우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인프라 투자 금액은 약 7000억달러(700조원)에 이르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고정자산 투자도 계속 증가추세에 있어 2010년까지 투자 증가율은 19∼21%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다.
이외에 미 달러 대비 상대적으로 저평가 돼 있는 이들 나라의 통화도 향후 평가 절상(가치 상승)시 주식매매 차익과 별도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펀드성과 두각, 상품도 다양화
펀드평가회사 제로인에 따르면 ‘NH-CA아프리카중동이머징유럽플러스주식Class A 1’은 18일 기준으로 최근 9.11%의 수익률을 올렸다. 3개월 동안에도 1.49%로 플러스(+) 성과다. 이는 이머징지역 85개 펀드의 이 기간 평균 수익률 -2.4%, -9.41%에 비하면 월등한 모습이다. 중동·아프리카를 포함해 이머징유럽 등 EMEA지역으로 투자범위를 확대한 이 펀드의 경우 지난 1월 말 현재 나라별 비중은 러시아가 46%로 가장 많고 남아공(22%), 터키(6%), 폴란드 5% 등이다.
NH-CA투신운용 글로벌운용본부 양해만 부본부장은 “펀드 투자 대상국의 대부분은 자원수출국으로 원자재가격 상승, 글로벌 신용경색 영향 아래 있는 금융부문의 낮은 투자 비중 등으로 최근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며 “이중 환차익도 절반에 달할 정도로 환율 덕도 톡톡히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관련 펀드 가운데 순자산이 2022억원으로 가장 규모가 큰 ‘JPM중동&아프리카주식종류자 1A’의 경우 기간별 수익률은 8.27%(1개월), 1.07%(2개월), 12.87%(3개월)를 각각 기록했다. 이 펀드는 지난 1월 말 현재 남아공에 43.7%를 비롯해 이스라엘 13.6%, 터키 12.2%, 이집트 11.2%, UAE 3.8% 등을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유동성 부족, 변동성 우려 등으로 어떤 경우든 이들 펀드를 주요 포트폴리오로 구성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bada@fnnews.com 김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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