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원에 연극 여섯 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여섯 편이 오는 28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
■오후 3시부터 밤 10시까지 릴레이 공연
한 작품의 공연 시간은 1시간 남짓. 여섯 편을 연이어 관람하고 나면 7시간이 훌쩍 넘는다. 첫 공연이 오후 3시부터니 밤 10시가 넘어서야 끝난다는 얘기다.
한국연극연출가협회가 주최하는 이 공연은 20여년 전부터 시작됐다. 신참 희곡작가들에게 자신의 작품이 연극으로 태어나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시작한 작업이다. 기성 연출자와 제작자들에겐 ‘될 성 싶은’ 작가를 점찍어두는 기회이기도 하다.
신춘문예 희곡 부문 역대 당선자 중엔 친숙한 이름이 많다. 2006년 별세한 ‘산불’의 작가 차범석은 1955년 조선일보에 ‘밀주’로 가작 입선하며 등단했고 국립극단 오태석 예술감독은 1967년 조선일보에 ‘웨딩드레스’로, 뮤지컬 ‘천사의 발톱’ 연극 ‘미친 키스’로 활발한 활동을 해온 조광화는 1992년 문화일보에 ‘장미’로 당선된 바 있다.
당선작이 발표되면 연출자들의 행보도 빨라진다. 마음에 드는 작품을 골라 ‘연출을 맡고 싶다’는 뜻을 주최측에 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도 위성신, 김영화, 황두진 등 기성 연출가들이 지휘봉을 잡았고 지난 2월 중순부터 연습에 돌입했다.
■올해는 어떤 작품이 무대에 오르나
한국일보 당선작인 ‘그 섬에서의 생존방식’(김지용)은 외딴섬에 갑자기 나타난 이방인을 빗대 침략에 대해 이야기한다. 역사 속에 등장하는 갖가지 ‘침략의 명분’이 실제로는 번지르르한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주제를 전달한다. 동아일보 당선작인 ‘리모콘’(이진경)은 리모콘을 소재로 가족의 불화와 단절을 다뤘다. 한국희곡작가협회 당선작인 ‘함’(김혜순)은 화장한 부인의 납골당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한 노인과 가족들의 비극을, 전남일보 당선작인 ‘카오스의 거울’(정서하)은 정신과 의사가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주인공의 끔찍한 어린 시절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서울신문 당선작인 ‘별방’(이양구)에선 부모를 죽인 주인공이 어린시절로 되돌아가 부모와 만난다. 작가는 관객에게 ‘인생이란 내가 살기 위해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는 일인지도 모른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사무엘 베게트의 한국적 패러다임’을 지향한다는 부산일보 당선작 ‘문상객담’(박철민)은 문상 자리에 모인 교수와 작가, 정치가의 대화를 통해 한국 사회의 현실을 보여준다.
/wild@fnnews.com 박하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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