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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우주시대] “우주선서 비행매뉴얼 읽어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4.08 22:19

수정 2014.11.07 09:10



【바이코누르(카자흐스탄)=이재원기자·우주인공동취재단】 한국인 최초 우주인 이소연씨(30)가 탑승한 러시아 우주선 소유스호가 발사되기 직전인 8일 오후 8시16분(이하 한국시간).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기지 발사대에는 정적이 감돌았다.

러시아 연방우주청 관계자와 한국 참관단, 전 세계 취재진 등 500여명이 운집한 바이코누르 기지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오후 8시16분39초 마침내 로켓이 굉음과 함께 강력한 화염을 내뿜으며 하늘로 치솟았고 발사 충격에 따른 진동이 관측소까지 생생하게 전달됐다.

엄청난 굉음 속에 잠시 멈칫했던 참관단은 환호와 박수를 보내며 이씨와 세르게이 볼코프 선장(34), 올레그 코노넨코 엔지니어(43)의 성공적 귀환을 일제히 기원했다.

바이코누르 기지에서 우주를 향한 딸의 성공여정을 기원한 이길수(60)·정금순씨(59) 부부는 눈물을 흘리며 박수를 보냈다.


아버지 이씨는 “소연이가 잘 하고 돌아올 줄 믿는다”며 한국 최초 우주인으로 자리매김한 딸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다.

예비 우주인으로 선정된 고산씨(31)도 어머니와 여자친구, 여동생과 함께 현장에서 이씨와 볼코프 선장 등 소유스 우주선 탑승자의 성공적인 귀환을 빌었다.

고씨는 현장의 한국 참관단과 함께 발사 장면을 구경하면서 “날씨가 구름 한점 없이 화창하다”면서 “소유스가 성공적으로 발사된 만큼 소연이가 잘하고 귀환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기지 측은 발사시간까지 남은 시간을 5분 단위로 방송했으나 발사 시각 1분 전인 8시15분께부터는 방송을 중단했다.

일반의 예상과는 달리 통제센터에서 발사버튼을 누르거나 10초 전부터 초 단위로 카운트 다운을 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앞서 이씨는 이날 오후 1시16분 우주인호텔 앞에서 출정식에 참석한 뒤 장도의 첫 걸음을 떼었다.

이씨 등 우주인들은 이날 전통에 따라 자신들이 묵은 호텔 내 객실 문에 성공적인 비행을 기원하는 서명을 한 뒤 그리스 정교회 사제의 축도를 받고 호텔 현관 문을 나섰다. 문 앞에는 8명의 러시아 군인들이 도열, 이들을 맞았고 이씨 등은 경쾌한 행진음악 속에 밝은 얼굴로 발걸음을 옮겼다.

연방 웃음을 머금고 손을 흔들며 나오던 이씨는 승리의 ‘브이(V)’자를 그리며 성공적인 비행을 다짐했고 한국말로 “잘 다녀 올게요, 잠 잘 잤어요”라고 말하며 엄지 손가락을 세워보였다.

하지만 박종구 교육과학기술부 제2차관, 김은기 공군 참모총장 등 정부 대표단은 출정식 시간을 제 때 맞추지 못해 참관인 60명과 함께 굳게 문이 닫힌 호텔 정문 입구에서 안쪽을 들여다봐야 했다. 이들이 출정식에 참석하지 못한 것은 러시아연방우주청장과 회담이 다소 지연됐기 때문.

이어 우주인들은 대기 중인 버스에 올라 호텔 문을 나섰고 문 밖에 대기하던 이씨 가족과 한국인 참관단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이씨의 성공 비행을 기원했다.


이후 우주인들은 40여분에 걸쳐 자신들의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소콜 KV2’ 우주복을 챙겨 입은 뒤 가족 및 정부대표단과 마지막 면담을 했다. 이어 발사 3시간 전인 5시께 우주인들은 우주비행 보고식에 참석한 뒤 소유스 발사체를 향해 발걸을 옮겼다.
그리고 발사 2시간30분 전 소유스 발사체의 맨 꼭대기에 위치한 소유스 캡슐에 탑승한 뒤 긴장과 기대감 속에 차분히 발사를 기다렸다.

/economist@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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