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경제단체

보령 죽도 해수범람 ‘미스터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5.05 21:43

수정 2014.11.07 05:50

최근 잇따른 해수범람 사고에 대해 관계 당국이 뚜렷한 원인 규명과 피해 방지 대책을 세우지 못해 관광객과 어민의 막연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기상청은 5일 “현지 조사 결과 인근지역이나 외해에서 큰 파도가 관측되지 않았고 죽도 인근에서만 국지적인 큰 파도가 발생한 이유는 인공적인 구조물이나 지형에 의해 국지적으로 파의 에너지가 증폭되어 나타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러한 원인 규명은 매번 사고 때마다 반복되는 것으로 의문 해소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으며 사고 대책을 세우기는 역부족이다.

사고 당시 너울을 일으킬 만한 외부 영향이 관측되지 않은 데다 옹진과 보령의 직선거리가 270여㎞에 달하고 두 지역 외에는 너울 영향이 관측되지 않아 보령 죽도의 바닷물 범람 사고가 너울 때문으로 단정하기도 쉽지 않은 상태다.

이번 사고에 앞서 2006년 8월 이후 모두 7차례나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
피해 지역은 강원 강릉 속초, 부산, 경북 포항, 전남 영광, 전북 군산 등 전국의 모든 해안에 걸쳐 있다.

이들 사고의 원인은 ‘너울성 파도’ 때문이라는 추정만 있을 뿐 보다 구체적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언제 조심해야 하는지, 어느 지역에 안전 시설을 설치해야 할지 오리무중이다.

지금까지 사고에서 해일이나 풍랑에 대한 기상 특보가 발령된 적은 없었다. 더욱이 유사시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추락방지 시설이나 구명장비도 설치되지 않거나 노후돼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특히 육안으로 위험을 사전에 인식하기 어렵기 때문에 바다 날씨가 안 좋은 상황에서 사진 촬영이나 낚시 등을 위해 무리하게 방파제에 오르지 않는 것이 유일한 대비책이다.

죽도의 한 횟집 상인은 “방파제나 갯바위에 내려가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고 시 긴급 대피하거나 구조할 수 있는 장비는 본적이 없다”고 말했다.

해양연구원 방제연구사업단 박광순 단장은 “국내에는 먼바다에서 발생하는 기상이나 파고 변화 등을 관측할 수 있는 장비나 축적된 데이터가 없어 이번 파도 사고의 정확한 원인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어제 사고같이 예상할 수 없는 사고는 예방이나 대책이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이번 사고조사 결과 바탕으로 소방방재청, 기상청, 해양경찰청, 국립해양조사연구원, 국토행양부 등 5개 기관 합동으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회의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충남도 소방본부와 보령시, 태안해경 등 대책본부는 전날에 이어 이날 오전부터 경비정 26척과 해군함정 2척, 헬기 2척, 민간구조선 8척 등 수색장비와 700명의 인력을 동원, 집중수색 작업을 펼쳤다.


사고대책본부는 그러나 관련기관의 피해집계가 엇갈리는 등 실종자를 포함한 정확한 인명피해 숫자가 확인되지 않고 있어 수색작업에 애를 먹고 있다.

태안해경은 이번 사고로 9명이 숨지고 14명(중상 2명, 경상 7명, 귀가 5명)이 구조되는 등 23명이 피해를 본 것으로 공식 집계했다.
반면 충남도 재해대책본부는 사망 8명, 부상 27명 등 총 35명이 피해를 입었다고 발표했다.

/대전=kwj5797@fnnews.com김원준 최갑천기자

fnSurvey